<23개월 03일째> 맑음

"미현이나 데리고 가~. 난 할머니랑 잘테니까.."
어제저녁, 미현인 아빠가 오시자 벌써부터 양말찾고 신발신고 갈 준비하기에 분주하다.
오빠랑 안녕하고 신나게 아빠차를 타고 창밖으로 보이는 거 모두 참견하고 그렇게 집으로 나왔었다.
새벽녘 귀뚜라미 소리가 심해 나와보니 보일러에 기름이 떨어진 모양이다.
미현인 밤새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온방을 휘젓고 다닌다.
7시쯤되자 미현이가 눈을 뜬다.
일어나려고 하다 내가 눈감은채 누워있으니 녀석도 도로 누워버린다.
"미현이 잘 잤니? 일어날래?"
"응. 인형~ 인형~"하더니 인형, 머리띠 거기다 베개까지 챙겨들고 거실로 나온다.
"미현아, 머리 예쁘게 묶고 우리 할머니한테 가자~!"
머리를 묶어주고 내가 출근준비를 하는 동안 미현인 오빠의 영어비디오 "읍빠빠빠~"를 본다.
그러다 무슨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TV를 꺼버린다.
화장을 마친후 영문도 모르고 TV를 다시켜며 소파에 앉았더니 미현이가 발을 동동구르며 "잉, 함머니~!"라고 소리를 지른다.
"어~ 할머니한테 가자구? 그럼 얼른 아빠 일어나시라고 해야지~!"
"아~빠~~!"
미현인 아빠를 큰소리로 깨운다.
오빠와 함께 오지 않으니 할머니와 오빠한테 빨리 가고 싶은 모양이다.
늘상처럼 골목이 꺽어지는 담벼락에 숨어 "얍~"하며 아빠를 놀래켜주고는 흥분해서 저만치 달려간다.
병원앞에서 나를 내려주고 고개한번 까딱, 손한번 "빠이빠이" 인사까지 하고.
미현이, 오늘 오빠랑 싸우지 말고, 할머니 힘들게도 하지 말고 잘 놀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