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 13일째> 비

명훈인 어제 내가 퇴근할때를 기다리느라 늦도록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외할머니댁에서 지내기로 했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명훈인 아침일찍 눈을 반짝 뜬다.
낮잠도 안자면서 뭔 아이가 저리도 잠이 없는지.
아침상이 차려지자, 미현인 생선덕에 밥을 한참을 받아 먹었다.
물론 명훈인 밥상에 관심도 없지만..
미현이가 "오빠~ 공, 오빠~ 공"하며 할머니의 재봉틀 뒤쪽에 있는 공을 꺼내달란다.
명훈인 한참을 끙끙거리더니 공을 꺼내 미현이에게 준다.
그리곤 내게 와서 한다는 말이
"휴~ 엄마, 미현이 때문에 골치아파 죽겠어. 골치아파서.."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하자, 이것저것 요구가 많아진 미현이.
아마도 그 때문인가보다.
그래도 녀석의 하는 말이 정말 가관일세.

잠시뒤 미현이가 기저귀 한장을 들고 내 앞에 벌러덩 눕는다.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명훈이가 미현이를 물끄러미 들여다 보더니
"엄마, 그런데 미현이 고추는 언제쯤이나 나와~?" ㅎㅎ
할머니와 내가 그말에 까르르 웃자 명훈이 또 묻는다.
"에이, 미현이 고추가 언제나 나오냐구?"
"명훈아, 미현인 죽었다 깨어나도 고추 안나와~! 미현인 엄마처럼 여자거든."

아침을 그렇게나 많이 먹어대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제 할아버지가 식사하시는데 명훈이가 엉덩이에 똥을 쬐끔 찌렸대나.
그때 할아버지가 "웩~!"하시며 밥수저를 놓으시더란다.
그때문인지 미현이가 힘을 주며"엄마 함머니, 똥.. 웩!"하고는 삼촌방 문뒤로 쏘옥 숨어버린다.
끙끙 끙끙. 이리갔다 저리갔다 안절부절 못하더니 결국 한바가지(?) 응가를 했다.
볼일을 해결했으니 시원할밖에.
"소방서에 왔어요"란 책을 펼치고는 계속 "아~찌"만 찾아댄다.
소방관 아저씨를 일컫는 말이다.
"어디~찌"하며 내게 모르는 척 하더니 아저씨를 찾고는 까르르.
기분이 좋은지 베개베고 누워서도 '아~조~타!"를 연발한다.

할머니가 백김치를 봉지에 담으신다.
미현이가 궁금해 하자, "미현아, 이거 엄마주려고 담는거야~!"하시곤 냉장고에 봉지를 넣으신다.
냉장고문이 닫히자 미현이가 "기~치 기~치"하며 냉장고문을 열려고 난리다.
문이 열리자 미현인 방금 할머니가 담으신 김치봉지를 꺼내 거실한켠으로 옮겨 놓는다.
엄마줄거라고 하고 냉장고에 넣으니 이상했던 모양이다.
녀석, 기특도 하네. 그래도 엄마꺼라고 챙겨오니..

명훈이가 일찍 잠이 들고 아빠가 오자, 미현인 당연히 자기도 엄마아빠따라 온다고 생각했나보다.
"미현아, 오빠랑 싸우지말고 사이좋게 놀구. 알았지?"
아직 할말이 더 있는데 미현이 입술이 삐쭉빼쭉.
어머나, 울상이 되어선 할머니 등에 매달리며 울음보가 터졌다.
"미현아, 아빠가 커다란 호랑이 잡아가지고 올께~"
"응~!"
아빠의 거짓말에 금세 웃으며 손흔드는 우리딸!
명훈이도 잠에서 깨 내가 간 걸 알면 또 징징대겠지?
와~ 할머니 정말 힘드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