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20일째> 맑음.

짧은 설연휴의 시작이다.
퇴근길에 소아과에 들러 두녀석의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명절 후유증, 감기에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다.
보따리를 챙겨 큰댁으로 향했다.

"엄마, 몇 밤을 자면 할머니집에 다시 와~!"
"응, 명륜동 큰엄마집에서 두밤, 그리고 우리집에서 두밤!"
"어~! 그럼 네 밤 자면 할머니집에 다시 오는 거야!"
"어머나, 명훈이 더하기도 할 줄 알아? 누가 가르쳐줬니?"
"에이, 선생님이 가르쳐줬지!"

작년 설, 미현인 낯가림이 심해 명절도 못쇠고 반나절만에 외가댁으로 돌아갔었다.
그랬는데, 큰댁에 도착하자 두 녀석은 벌써부터 이방저방 휘젓기에 바쁘다.
바깥날씨가 매서운 탓인지 우풍이 센 명륜동 할머니방은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
집안에 들어선지 몇시간이 흐르도록 내 코가 시린걸보면 정말 대단하다.

두 녀석을 재우려 할머니방에 누웠다.
"엄마, 나 사과좀 먹고 싶은데...?"
그냥 자라고 했더니 꼭 먹고 자야겠단다.
할머니가 까 주신 사과를 한입 깨물어 먹어보곤 "할머니, 오물오물한 사과 말고 아삭아삭한 사과 주세요!"
녀석, 왠만하면 그냥 먹을 것이지..
한입 먹어보니푸석거리는게 맛이 없긴 하다.
맛있어 보이는 다른 것으로 골라 한개를 더 깍았다.
사과타령하더니 결국 사과1개를 다 먹고는 잠자리에 눕는다.
낮잠을 안잔탓에 두 녀석은 금세 골아 떨어진다.

한참뒤에 방문을 열어보니 미현이가 제 오빠 허리춤을 베고 있다.
미현이를 다시 자리에 똑바로 눕히려니 "아퍼! 아퍼!"를 연발한다.
아프다는 곳을 "호~오!"하고 불어주는 척 하니 금세 다시 잠이 든다.
방이 추워 정말 걱정이네.
감기가 심해지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