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개월 05일째> 흐림

수돗물은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뉴스를 들으니 12일(월)이나 되어야 정상적인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큰댁에서 하루쯤 더 지내는 건데.
빨래도 쌓이고 젖병도 삶을 수 없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이들 짐을 챙겨 오늘도 아이들 큰댁으로 출발!
물론 할머님은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애들 큰어머님도 귀찮으실텐데 기쁘게 우릴 맞아주신다. 미현인 어제 와 봤다고 낯설어하지도 않고 벌써부터 이방저방 휘젓고 다닌다.
그래도 이곳은 낮은 곳이라 그런지 물이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오고 있다.

"명훈아, 강아지 밥 주러 갈래?"
점심으로 삼겹살을 구워먹고 나온 비갯살을 들고 명훈이와 큰엄마가 나섰다.
나무 꼬챙이에 고기를 끼워 강아지에게 주다 땅에 떨어뜨리니 강아지가 땅까지 빨아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더니 "엄마, 강아지가 땅바닥을 먹고 있어! 지저분하게~!"
미현이도 강아지가 꼬리치며 좋다고 하는 모습이 재밌는지 깔깔거린다.

외할머님왈, 명훈이는 피곤스타일(?) 이란다.
밥도 콩을 넣어 빨간빛이 나면 "난, 빨간밥 싫어! 하얀밥 줘!"
찰밥을 해서 쌀눈에 까만 것이 붙어 있기라도 하면 "까만건 엄마가 먹어요! 난 싫어!"
밖에서 형아들이랑 뛰어놀다가도 불쑥 뛰어들어와 "왜?"하면 "응, 다리에 지저분한게 묻어서 씻으려고..."
펴놓은 이불이 조금이라도 찌그러지기라도 하면 "이불이 다 망가졌잖아! 똑바로 해 놔~!"
자기 메밀베개도 한쪽으로 속을 모아 빈껍질쪽만 베면서도 자기가 해 놓은 대로가 아니면 "아앙~ 베개가 다 망가졌잖아!"라고 하는 녀석인데.

명훈이가 할머니를 따라 시장엘 갔다.
금새 손에 무엇을 안고 들어온다. 일명 불량식품!
새콤달콤한 뭐라며 포도맛 딸기맛이 나는 깨알같이 생긴 것들이 들어있는 과자다.
그것이 맛있다며 손가락, 입, 손가락, 입을 오가며 먹으니 손이 보라빛에 붉은빛이 돌기 시작했다.
사온 과자를 계속 주워먹더니만 화장실을 연신 들락날락!
"명훈아, 그만 씻어도 괜찮아!"라고 해도 "아니야, 아직도 빨간 벌레가 많아! 깨끗이 씻어야 한단 말이야!"하며 계속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며 손을 씻어대고 있다.
에고, 저러다 손이 다 닳아 없어지겠네.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