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개월 09일째> 맑음

어젯밤에 외가댁에서 명훈인 아빠를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잠이 들었다.
아빠가 왔을땐 미현이만 쌩쌩!
우리가 가겠다고 하자 미현이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하며 양팔을 뻗어 안아달라기에 미현일 데리고 나왔었다.
그리고 오늘아침, 출근시간에 맞추려 미현일 일찍 외가에 데려다주고 나오려는데 명훈이가 아빠차에 타고 내릴 생각을 않으니 명훈아빠가 데리고 나오겠단다.
내 맘 같아선 그냥 외가댁에 있으면 좋으련만.

내가 아빠랑 있는 것을 불안해 하자 "난 할머니랑 있는게 더 불안해!"하며 명훈아빠가 화를 버럭 낸다. "정말 그렇게 불안하다면 왜 친가쪽에서 봐 주지 그래!"하는 생각에 나또한 서운한 맘에 너무 화가 난다. 빈말이라도 봐주겠단 소리 한번 한적 없으면서 너무하지 않은가?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도 아니고, 애를 데리고 있으면 자기만 밥 찾아먹고 애는 배가 고픈지 마는지 혼자 비디오만 왠종일 보게 하면서 그게 할 소린가 싶다.
차를 타고 오면서 나또한 애들이 시댁에 있었다면 불안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명훈아빠 맘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명훈아, 우리 오늘 친하게 잘 놀자!"
내 화를 풀어주려는지 회사에 도착해 내가 차에서 내리기전 명훈아빠의 소리다.
내가 아무말도 않고 차문을 쾅 닫으며 내리자 명훈이가 내가 화가났다는 것을 눈치차렸는지 집에 도착해서 내게 전화를 한다.
"엄마, 내가 엄마한테 뽀뽀를 많이많이 해 줘야겠어!"
"왜?"
"응, 엄마가 화가 났잖아. 지금!"
수화기 저편으로 들리는 명훈이의 재잘거림에 서운함을 잠시 잊기는 했지만 그래도 섭섭한건~~!

당직근무중에 외가에 전화를 했다.
할머니가 "야, 오늘 니 아들때문에 배꼽잡았다!"하며 얘기를 시작하신다.
두녀석 다 목욕을 시키고 깨끗하게 옷을 갈아 입혀놨는데, 미현이가 밥을 먹다 메리야스 속으로 밥을 다 쏟아 부었단다.
할머니가 화가나서 "미현아, 도대체 금방 목욕하고 밥을 쏟으면 어떻게 하니?" 하며 미현이를 마구 야단치셨다나.
그런데 명훈이 녀석이 대뜸 한다는 소리가
"잘됐네~! 그래야 파리도 먹구살지~이!"
미현이 야단치다가 그냥 배꼽잡고 웃으셨다고.

나와 할머니가 통화중인 것 알고 녀석이 수화기를 빼앗아 반복청취를 시켜준다.
"잘됐네~! 그래야 파리도 먹구살지~이!"
그 억양이 어찌나 재밌고 귀엽던지.
명훈아, 너희들 때문에 웃는다.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