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31일(월) 흐리고 밤늦게 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작은외삼촌 그리고 미현이가 엊그제(29일 토요일) 인천에 있는 큰외삼촌댁엘 가셨다.
명훈이까지 따라가기엔 좀 무리인 듯 싶어 명훈이는 남기로 했다.
나는 출근을 해야 하고 해서 명훈아빠가 오늘 하루 명훈이와 놀아주기로 했는데....
명훈아빠도 일이 생겨 명훈이를 큰댁에 맡겼나 보다.
"명훈아! 뭐하고 있어?"
"응! TV보고 있어."
"밥은 먹었니?"
"응!"
"뭐해서 먹었는데?"
"멸치해가지고 많~이 먹었어... 맛있게..."
오후가 되어 잘 놀고 있나싶어 전화했더니 명훈이 녀석이 밥을 맛있게 많이 먹었다며 자랑을 한다.

버스에서 막 내리려는데 명훈이 녀석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이젠 아빠, 엄마, 외할머니, 여주고모 집 전화번호까지 외워서는 시도때도 없이 눌러댄다.
"엄마! 왜 안와요?"
"응! 엄마 지금 버스에서 내렸어. 금방갈거야!"
대문을 들어서자 양팔을 벌리고 반갑게 나를 맞는다.
큰아빠랑 큰엄만 전화번호까지 외워서 전화해대는 명훈이가 너무 웃긴다고 하신다.
주희누나가 사 주었다며 스누피양말을 꺼내서 내게 보여주더니 신고있던 양말을 벗어 던지고는 스누피양말을 신고 있다.
걱정했는데 신나게 잘 놀고, 밥도 잘 먹고 또 할머니랑도 아주아주 잘 놀았다고....

저녁메뉴는 떡만두국!
식구들이 식사를 막 마치려는데 명훈이가 달려와 떡을 손으로 마구 주워먹는다.
배가 뺑뺑한데도 자꾸만 입속으로 집어넣더니 내게 귓속말로 무어라 소근거리기 시작한다.
난 알아들을 수 없어 그저 웃고만 있었는데, 녀석이 내게 수저로 밥을 푸라고 다시 손짓을 한다.
그러더니 거기에 멸치볶음 몇마리를 올리더니 낼름 먹어치운다.
귓속말로 소근거린 것이 밥을 달란 소리였던 모양이다.

큰아빠와 큰엄마가 어딜 가시려는지 분주하시다.
"큰아빠 어디 갈려구요?"
"응! 달리기 하러!"
용수리라는 곳에서 밤12시부터 새해맞이 달리기 대회가 있단다.
"어휴! 그걸 큰아빠가 입을 수 있겠나~아?"하며 큰아빠가 챙기는 배번호붙은 유니폼을 보며 어른같은 말로 참견을 하더니, 피곤한지 자꾸 하품을 해댄다.

"명륜동 할머니집엔 명훈이 베게가 없네!"하는 말에 할머니가 얼른 스누피베게를 꺼내주신다. 좋다고 헤하더니 이내 쌔근쌔근 숨소리가 벌써 잠이 들어 버렸나보다.

명훈아! 오늘 아주아주 이쁜 짓 많이 했다면서?
그래 잘 했구나.
할머님이 많이 기뻐하셨대.
이쁜 꿈 꾸고 잘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