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9일(금) 맑음

오늘과 내일 휴가를 했다.
할머니가 그동안 텃밭에 가꾸셨던 열무며 배추를 뽑아 김치를 하신다고 애들을 내게 맡겼기 때문이다.
집으로 데려 올까 하다가 미현이를 데려 오자면 짐도 많고 해서 내가 애들 할머니집에서 애들을 보기로 했다.

오늘은 명훈이 한글선생님이 오시는 날이다.
청소기를 막 돌리고 방정리를 대충끝냈는데 선생님이 오셨다.
안방문밖에서 듣자니 명훈인 선생님주문에 또박또박 대답도 제법 잘하고 재밌어 한다.
금새 정해진 시간이 지나고 선생님은 가셨다.

명훈인 수업시간때만 책박스에서 조금씩 꺼내오는 한글선생님의 스티커가 무척이나 궁금한 모양이다.
그 박스를 뒤져보고 싶은데 "선생님꺼!"라고 했더니 맘대로 뒤져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서운했던지, 베란다로 가 선생님 책박스를 살며시 열어본다.
꺼내보곤 싶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한채로 구경만 하는 듯 싶다.
잠시뒤 할머니가 들어오시고 명훈인 능청을 떨며 한마디 한다.
"할머니! 책박스에 발이 달렸나봐요. 이게 왜 열려있어요?"
녀석, 자기가 열어놓고서 능청떠는 것 좀 봐.
할머니와 난 그저 웃을 수 밖에....

할머닌 얼마전 추수한 질금콩으로 콩나물을 놔 먹는다고 가꾸고 계셨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제법 자라서 이제 뽑아 먹어도 될 정도가 되었다.
아빠 반찬해 드릴거라며 열심히 콩나물을 고르고 있는 명훈이.
콩나물 껍질이 아닌 콩나물 머리를 똑똑 분질러가며 나름대로 콩나물을 고르고 있다.
얼마쯤 골랐을까?
"할머니! 손이 찐덕찐덕 해서 더 못하겠어요."하며 일어선다.
찐덕찐덕, 에구 언제 그런 말은 다 배웠는지...
손을 씼고 이젠 퍼즐놀이 한다며 88조각이나 되는 퍼즐을 열심히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