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30일(일) 비

시댁엘 왔다.
내일이 추석이라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명훈인 이제 제법 커서 어른 흉내를 내고, 모처럼 만난 사촌형아(정훈), 누나(주희)를 보고 반갑다고 악수까지 하고, 무얼 가지고 놀까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큰엄마가 볶아놓은 멸치조림에 맛을 들여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큰엄만 멸치조림 잘 먹는 명훈이 더 먹으라고 멸치조림을 한냄비 해 놓으셨다.

배밀이가 한참 능숙해진 미현인 이제 팔꿈치를 짚어가며 쓱쓱 여기저기 잘도 밀고 다닌다.
엉덩이까지 하늘높이 치올려대곤 하는 걸 보니 곧 스스로 일어나 앉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성급한 생각일까?
할머니가 미현이를 봐 주시는 동안 난 음식준비를 도왔다.

송편과 동그랑땡을 만들어 놓고 "명훈아! 엄마좀 도와 줄래?"했더니
명훈이가 "엄마좀 도와줘?"하고 달려온다.
"이것좀 큰엄마한테 갖다 드리세요! 조심하세요!"
"예-! 걱정하지 마세요."
"...!"
걱정을 말란다. 쬐끄만게 말하는 거 하곤 꼭 어른같군.
"엄마좀 또 도와줘요?"
"그래, 이것도 좀 갖다 드릴래? 조심하구!"
"걱정마세요. 참!"하며 걸음도 조심조심 잘 가지고 가고 있다.
녀석, 이젠 제법 심부름도 잘 하는 걸. 이뻐이뻐.

비가 내린다.
막내고모님이 "명훈아! 비가 와서 어떻하지? 고모 못가겠는걸..."하자
"내가 비 오지말라고 때려줄께!"하며 거실문을 열고 나가선 허공에 대고 씩씩거리며 손길질, 발길질을 열심히 해댄다. 그리곤 쪼르르 달려와서는
"고모! 내가 비 때려줬어! 이제 비 안와!."

그런다고 올비가 안올까만은 그 천진한 모습에 식구들 모두 행복한 웃음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