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6일(토) 비

미현이 돌잔치를 하기로 한 날이다.
실제 돌은 11일이지만 가족들이 올 수 있는 시간으로 하다보니 징검다리 휴일로 잡게 되었다.
명훈이에게 오늘 미현이 생일축하할 거라고 말을 해 두었더니 일찍부터 생일축하하러 가자며 떼를 써댄다.
오후가 되어 미현이 작은외삼촌과 외할머니가 오셨고 우리도 잔치를 하기로 한 뷔페로 이동했다.
미현인 얼마전 선물로 받은 티켓으로 꽃분홍 빛깔로 예쁜 옷을 장만해 입었다.
매일 오빠것만 물려입다 모처럼 색깔있는 옷을 입히니 너무너무 귀엽다.
거기다 머리엔 노오란 삔2개 까지...
머리는 길지 않지만 젤을 살짝 바르고 노오란 삔을 꽂았더니 그럴싸하다.
미현이가 머리를 쥐어뜯지만 않는다면 괜찮을텐데..
평상시처럼 손을 휘들러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면 곤란한데.

사진을 찍으려 미현일 생일상위에 앉히고 어른들이 재롱을 피워댄다.
"오로로 까꿍! 여기봐라. 미현아! 오로로로...."
의자에 앉아 발버둥을 치려다 어른들 재롱이 재밌었을까?
미현이가 사진을 다 찍을 동안 순한 양이 되어 얌전히 앉아만 있다.
오히려 명훈이 녀석, 미현이 옆에 앉혀 사진을 찍어주려는데 부끄러워 온몸을 베베꼬고 머리를 미현이한테 파묻고 난리도 아니다.
거기다 겨우 사진을 다 찍고 미현이가 무얼 집을까 집중하고 있는데, 상위에 놓여진 공책과 연필을 끌어안고 내 놓으려하지 않다가 나한테 혼나고 입이 삐쭉빼쭉.
미현인 무얼 잡을까 고민하는지 손만 이리저리 왔다갔다한다.
외할머니가 주신 만원짜리 지폐도 만져보고, 실도 한번 만져보고, 그러더니 결국 깍지도 않은 연필 주워들고는 노트에다 글씨쓰는 흉내를 내며 열심히 그려보고 있다. 학자가 되려나....
많은 식구들이 축하를 해 주셨다.
작은 외삼촌은 명훈이때 이어 이번에도 캠코더로 미현이 촬영해주느라 힘들었고, 외할머닌 미현이가 떨어지지 않으려해 계속 등에 업고 계셔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명훈인 시간이 길어지니 "이제 그만 가자!"며 졸라대더니,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금방 만들어진 생선까스를 한참이나 정신없이 주워먹고는 신이나서 뛰어다니느라 분주하다.
잔치가 마무리될 무렵 외삼촌과 외할머니가 가려고 일어서자 명훈이가 "나도 갈거야!"하며 할머니를 따라나선다.
손님들이 다 가고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집에 돌아오자 미현인 또 여기저기를 휘저으며 탐색에 나섰다.
아무거나 주워들어 귀에 대고는 "엄마~아!"하며 부르며 전화받는 시늉을 한다.
요즘들어 부쩍 다양한 억양으로 불러대는 "엄마"소리가 늘었다.
외할머니등에서 피로를 푼 탓일까?
11시가 다 되었는데도 강제로 자자고 누이니 뒹굴뒹굴거리기만 한다.
"미현아! 너 안잘래? 조용히 하고 그만 자자~!"
내가 큰 소리로 한마디 하자 이내 자리잡고 조용해진다.

"미현아! 잘자렴. 오늘 정말 고생 많았구나! 건강하게 잘 자라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