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30일(토) 흐림

새벽부터 미현이가 빽빽거린다.
영락없이 새벽 5시!
우유달라고 울어대는 소리다.
할머닌 오늘 머리를 하러 가신단다.
할머니가 안계신 두어시간 동안 녀석들은 정말 분주하기도 하다.

미현인 예전에 아빠가 쓰시던 검정색 핸드폰을 들고 "여보세요!"하며 열심히 전화받는 시늉을 하고 있다.
내가 '여보세요!'라고만 하면 귀에다 전화기를 들이대고 '으~응! 으으!"하며 전화를 받고 있다.
말로 다 표현하진 못하지만 이젠 제법 의사표현을 해댄다.
목표물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응응거린다.
그것을 달라거나 만지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오빠가 되었다고 명훈인 제법 의젓해졌다.
미현이가 온방을 휘젓고 다니다가 장난감을 밟아버렸다.
양말을 신기 싫어해서 늘 맨발이니 얼마나 아팠는지 심하게 운다.
그러자 명훈이가 내게 한마디한다.
"엄마, 엄마가 미현이 때렸어?"
"아니? 미현이가 장난감을 밟아서 아프데."
"아니야. 엄마가 미현이 울려서 난 하나님계시는 교회로 가 버릴꺼야."
하며 현관문쪽으로 향한다.
가는 건 좋은데 왠 교회?
아마도 전에 내가 교회 몇번 데려갔던 것이 기억에 남았나 보다.
정말 우습다.

두어시간이 지나 할머니가 예쁜 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와! 할머니 머리가 정말 예쁘다~아!"
하며 감탄까지...
미현인 잠시 떨어져있던 할머니가 그새 그리웠는지 졸졸 쫓아다니며 안아달라 울어댄다.
늘 이렇게 정신없으니 할머니가 참 힘드실 것 같다.

명훈아, 미현아!
할머니 조금만 덜 힘들게 해 드리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