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23일(토) 맑음

"명훈아! 뭐하고 놀았어?"
"응! 텔레비젼 보고 놀았어! 야, 딸래미!"
자기는 전화를 그만 받으려는지 미현이를 바꾸어 주는 소리다.
외할머니가 가끔 미현이 귀에 수화기를 대어 주며 하셨던 말씀이다.
오늘은 녀석이 할머니 흉내를 내며, 미현이에게 수화기를 들이밀고 "야, 딸래미!"하며 전화를 바꾸어 준 것이다.
나 참 기가 차서....

명훈이가 옷을 걷어 올리고는 온몸을 긁적거린다.
"엄마! 나~안 몸에 벌레가 많아서 목욕좀 해야 겠는걸!"
어제 저녁부터 가려워 벅벅 긁어대던 녀석을 화장실이 난방이 안돼 목욕을 시켜주지 못했다.
"목욕할래?" "응!"
목욕물을 받아 명훈이, 미현이 그리고 나 이렇게 순서대로 목욕을 했다.
물론 명훈인 벌레(떼)가 많이 나왔다.
미현인 머리감을 땐 헤헤거리며 기분 좋아하다가도 옷을 벗기고 물에 들여놓으니 죽겠다고 울어댄다.
날이 따뜻해지면 좀 좋아지려나....
목욕을 시키고 크림을 발라주니 두 녀석다 천사가 따로 없다.
반짝반짝 반질반질!

이불을 내려 자리를 펴는 동안 두녀석이 농장에 달라붙어 한바탕 난리를 피운다. 명훈인 아예 이불을 내린 농안에 들어가 앉아 버렸다. 할머니가 다가가자 흥분해서 농문을 닫으며 그만 자기 손을 찧어, 순식간에 네번째 손가락에 피가 맺히고 얼마나 아팠는지 울음보는 터져 그칠 줄을 모른다.
그렇게 못 올라가게 말려도 매달려 장난을 치더니 혼줄이 난 것이다.
거기가 미현이까지 합세해서는 가관이 아니다.
약바르고 밴드까지 하나 감아매고도 녀석은 한손을 들고는 한참을 울어댄다.
미현인 오빠의 아픈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놀기에만 바쁘다.

명훈인 아프고 지친탓에, 미현인 시원하고 배부른 탓에 졸음들이 오는 모양이다.
명훈이가 먼저 잠이 들고, 미현이 그후로도 한참을 더 휘젓고 다니며 놀더니 드디어는 자리편 곳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아주아주 흐믓한 표정으로...
미현이도 요즘 자기 피부를 만져댄다.
자기 살을 만지는 느낌이 좋다는 걸 알았나봐.
윗옷을 걷어 올리고는 배를 쓱쓱 문질러본다. 헤헤거리며...
그리고는 자리가 편안한 곳을 찾는 것인지 한참을 뒹굴거리더니 드디어 쌔근쌔근 잠이 든다.
할머닌 그런 미현이가 너무너무 이쁘다신다.
낮엔 그렇게 안자려고 하면서도 밤엔 어떻게 저렇게 울지도 않고 이쁘게 잘 자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이제 밤에 먹는 것까지 떼어 너무너무 대견하시다고....

명훈아! 오늘 많이 아팠지?
어쩌면 좋으니. 그 피멍이 다 나으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다음부턴 조심하자!

미현아! 이쁜 미현아!
밥도 잘 먹고, 잠도 잘자고 너무 이쁘다.
그런데 낮에 낮잠도 잘 자주면 참 좋겠다.
그래야 할머니가 쬐금 덜 힘드실텐데...

잘들 자거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