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26일째> 흐림

어제 낮부터 비가 내린 탓에 주말을 외할머니댁에서 보내기로 했다.
미현인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무엇이 맘에 안드는지 오전내내 칭얼대기 시작한다.
달래고 얼르고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어 엉덩이를 손으로 몇대 때려주었다.
"미현아, 그만 뚝! 어어, 누가 소리를 내지?"하면서...
소리도 못내고 큭큭거리다 할머니 얼굴을 보고는 고래고래 통곡을 한다.
아마도 하소연을 하는 것이겠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애들 몰래 뒷산으로 도토리를 주우러 가셨다.
점심으로 두녀석이 짜파게티 한봉을 먹어치우더니 미현인 졸린지 포대기를 질질 끌어다 내앞에 가져다 놓고 '어부바 어부바'를 연발한다.
"그래, 업어줄께!"하며 등을 내밀자, 좋다고 까르르 웃으며 달려든다.
피곤했는지 금새 잠이 들더니 3시간넘게 낮잠을 즐긴다.
저녁이 되어, 할머니가 "미현아, 너 오늘 엄마 따라 가라!"라고 하니, 미현이가 싫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할머니한테 엉겨붙는다.
아침에 매를 들어서 저러나...
책꽂이에 있는 책을 모두 꺼내 거실방 하나가득 늘어놓고 '노랑'이란 책을 가지고 내 앞에 앉는다.
책장을 넘겨 '병아리'그림이 있는 곳을 펼쳐놓고는 아주 맛있게 먹는 흉내를 내고 있다.
"미현아, 삐약이는 먹는게 아니야. 이 앞에 있는 참외랑 바나나는 먹는거야!"라고 해도 고집세우며 병아리 먹는 흉내만 낸다.
"냠냠 쩝쩝" 아주 맛있어 보이는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