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월 10일째> 맑음

"엄마, 나 컴퓨터해도 돼요?"
"그래, 켜 줄께!"
"음. 오늘은 엄마한테 메일을 보내려구 그래"
어제는 아빠한테 메일을 보내겠다더니 '기니디리미비시.... 미현아, 이병두 아빠, 치약'
이런 글씨가 담긴 것들을 펀치해 놓았었다.
집에 있던 프린터를 사무실로 가져간 탓에 명훈인 그것을 뽑아다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오늘 인쇄를 해 가져다 주었더니 정말 좋아했었다.
그러더니 오늘은 엄마한테 메일을?
자기 맘대로 엉터리로 "히 피리o이 잉흐아기...." 영문자랑 숫자랑 한글이랑 짬봉을 해서는 펀치를 해 놓고 그것도 엄마사무실 가서 뽑아갖고 오란다.
'시스템종료'까지 자기가 클릭하겠다며 컴퓨터 쬐금 배운 것을 으시댄다.

컴퓨터 책상위에 아빠가 쓰다 두신 볼펜을 보더니 하얀종이를 달란다.
그리고는 '이명훈'이라고 또박또박 써 놓는다.
'미음'은 네모를 그리듯이, '명'을 쓸때는 'ㅣ'와 '이응'을 한꺼번에 주걱을 그리듯이 그려 놓았지만, 어른이 쓴 것처럼 제법 잘도 써 놓았다.
"와~ 명훈이 정말 잘 썼네. 언제 이렇게 쓰는 걸 다 배웠니? 정말 잘 썼다."
한껏 띄워주자 어깨가 으쓱하며 "에이, 선생님이 가르쳐줬지!"한다.

명훈이에게도 책상이 생겼다.
방이 좁아 아빠컴퓨터책상옆에 두었지만, 그래도 아빠꺼 보다도 더 큰 것으로.
명훈인 책상이 맘에 드는지 '나도 공부해야지."하며 동화책을 꽤 여러권 읽어댄다.
그러고 보니 명훈이가 제법 많이 컸구나.
이제 말도 어른스럽게 하고, 동화책도 잘 읽고, 행동도 정말 의젓하네.
어제는 미현이가 거실을 계속 어지럽히기만 하자, 나를 대신해 미현이가 어지럽힐만한 것을 높은 곳으로 옮겨 놓기까지 했었다. 사실은 내가 옆에서 졸고 있었걸랑요.

명훈아, 네가 잘 자라주니 엄만 너무너무 고맙기만 하구나.
늘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