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2일(목) 맑음

현관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섰다.
여느때 같으면 거실에서 놀다 나를 발견하고는 쏜살같이 달려올 녀석들이 보이질 않는다.
살그머니 안방을 들여다보니 두녀석이 모두 누워 있다.
미현인 분유를 먹느라 명훈인 무엇이 그리 좋은지 주저벌주저벌.
할머니가 전화를 받고 계시니 두 녀석이 그렇게 태평스럽게 누워있었던 것이다.
미현이가 먼저 내가 온 것을 알아차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먹던 젖병을 휘익 내던지고는 저벅저벅 걸어와 내 품에 안긴다.
그제서야 명훈이도 내가 온 것을 알고는 반가와한다.
전화로 "패트와 매트 공사하는 테이프 샀다!"고 했더니 나를 보자 그 테이프를 먼저 찾는다.
비디오테잎 가방을 받아들고는 아빠가 언제 오냐며 서성이고 있다.
아빠가 빨리와야 집에 가서 비디오를 볼 수 있을테니까....

미현인 이제 제법 요구사항이 많아졌다.
아직 말을 못하니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고함을 질러 자기의사를 표현한다.
문제라면 시도때도없이 고함을 질러대는 통에 식구들 모두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다.
거기다 웬 아가씨가 그리도 과격한지 오빠보다 더 설쳐대고 정신없게 만든다.
오빠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모두 자기도 갖고 놀아야 하고, 오빠가 보는 책은 자기도 봐야 직성이 풀린다.
명훈이도 아무리 밀어내도 미현이가 머리 들이밀고 들어오는건 못 당하겠나보다.
힘은 또 어찌나 센지. 오죽하면 "나중에 커서 역도선수하면 되겠다"란 생각까지 들까?
이번에 감기 심하게 앓고 나더니 "입을 삐뚜루 해 가지고 우는 시늉하는 버릇!"이 생겼다.
무어라 한마디만 할라치면 어느새 울지도 않으면서 소리만 엉엉.
그도 잠시뿐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내아이처럼 한손으론 땅바닥을 짚고, 또 다른 한손으론 장난감자동차를 몰며 신이나 있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윙윙윙.
저렇게도 재밌을까?

평소에 양말을 신기 싫어하는 미현이!
그렇게 재밌게 가지고 놀던 다 망가진 자동차를 맨발로 밟아 발바닥이 찢어졌다.
벌써 몇번째 입는 발바닥 부상인지 모른다.
그래도 양말을 안신으려 하니 우찌하면 좋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