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 23일(목) 맑음

명훈아빠가 오늘밤 낚시를 갈 예정이란다.
그래서 내 퇴근시간에 맞추어 명훈이를 데리고 나왔다.
"아빤 어디 가신데?"
"응! 물고기 잡으로 가신데~"
"물고기? 와~ 재밌겠다!"

일찍 우리집으로 나온 탓에 저녁시간이 넉넉하다.
저녁먹고 청소하고, 텃밭에 풀뽑고 빠알간 고추를 따고 했는데도 아직도 바깥이 환하다.
명훈인 바깥 수도에서 물을 떠다 비누방울 통에 담고 비누방울 놀이한다며 후~후 불어대고 있다.
그러더니 "엄마! 우리 이제 들어가서 패트와 매트 보자!"하며 현관문을 연다.

매일보는 패트와매트에 질렸는지 이제는 색종이 놀일 하잔다.
색종이와 풀을 꺼내놓고 오늘은 종이접기를 했다.
"엄마가 기린접어 줄게~!"
내가 한 장들고 대각선으로 반을 접어 보이자, 명훈이도 색종이를 대각선으로 접는다.
녀석, 눈썰미가 있네...
마지막에 기린 상체와 하체를 풀로 붙이자 목이 길고 멋진 기린이 되었다.
명훈인 "와~! 기린이 되었네~"하며 무척이나 좋아한다.
자기도 기린을 접겠다고 "엄마, 어떻게 접어야 돼요?"하며 집요하게 물어댄다.
엉터리지만 또 한 마리의 기린이 탄생했다.

내가 다시 부엌으로 가 반찬을 만드는 동안 명훈인 혼자서 잘 놀고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엄마! 엄마!"하며 불러댄다.
"왜?"하고는 조금 있다 가 봤더니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뒷짐집고 거실을 걸어다니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거실을 두리번 거려 보았다.
그런데 명훈이 변기 주변으로 물이 뿌려져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명훈이 바지 앞부분도 약간 젖어 있다.
"명훈아! 혼자서 바지 벗고 여기 변기에다 쉬했니?"
"응!"
"어머나! 바지가 조금밖에 안 젖었네.. 잘 했구나!"
얼마전 까지만 해도 혼자 바지를 올리면 돌돌 말려 있어서 다시 추스려 주었어야 했는데,
자기 스스로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쉬하고, 다시 잘 올려서 입은 것이다.
"명훈아! 정말 잘했어. 바닥이야 다시 닦으면 되지 뭐.
다음에도 명훈이가 혼자 할 수 있지?"
"응!"
자기 스스로도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있게 대답을 한다.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