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 4일(금) 맑음

명훈아!
명절이라 큰댁엘 왔단다.
뒤뚱뒤뚱 거리며 넘어질 듯 넘어질 듯 걷는 네 모습을 보고는 식구들이 모두 너무나 재밌어 하는구나.
할머니랑 큰아빤 네가 너무 이쁘데. 모두들 음식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명훈인 뭐하니? 뒤뚱거리며 할머니, 큰아버지, 큰어머니를 졸졸졸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네.

부엌으로 와서는 씽크대 문열고, 안방으로 가서는 형광등 스위치를 연신 올렸다 내렸다 하고, 하마 손가락 인형을 보고는 깔깔거리며 웃을 줄도 알고 말야.
열심히 만들어 놓은 만두상에 넘어져 만두를 떡을 만들어 놓고는 좋다고 웃으며 또 다른 곳으로 걸어가곤 했어.
주희누난 네가 다칠까봐 위험한 것 치워주느라 바쁘구나.

저녁엔 어떤 일이 있었는 줄 아니?
열심히 힘을 주는 듯 하더니, 물론 "응아!"를 한 거지.
치워주려고 더운 물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글쎄 그사이에 부엌에 가서 삶아 놓은 고사리 냄비를 깔고 앉았지 뭐겠어!
큰 엄만 우스워 죽겠데.
아무튼 그 고사린 내일 명훈이 할아버지 상(제사상)에 오를 건데.
명훈아! 어떻하니?
할아버지가 화 안내실까? 냄새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