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는 명훈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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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11.gif병원 노동조합에서 기획한 가을 테마여행.
도시락을 준비해 출발장소로 갔다.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왔더니 이미 앞자리는 다 주인이 생겨버렸네.
출발 전 가게에서 산 과자를 열심히 먹고 있는 녀석들.
시간반쯤 달렸을까? 미현이가 배가 아프다며 울상을 한다.
곧 괜찮아질거라며 다독이고 말았는데 우웩~하며 걸쳤던 잠바 안쪽에 토를 해 버렸다.
이런~ 부랴부랴 뒷처리를 했지만 여기저기 냄새에 얼룩에~
마침 앞자리에 계시던 분이 주신 봉지에 잠바안 조끼를 분리해 담으니 정리가 된다.
버스가 잠시 멈추고 화장실을 찾아 미현이를 씻겼다.
그래도 이 정도로 멀미가 그치길 정말 다행이지 싶다.
달리는 차 창밖으로 주렁주렁 예쁘고 탐스런 사과가 열린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버스는 어느덧 부석사 입구에 도착했다.
은행나무 늘어선 오르막길을 어느정도 걸어 부석사에 올랐다.
부석사는 신라때 고승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삼층석탑.
기념사진을 찍고 오른쪽 비탈진 길을 약간 올라 무량수전 앞마당으로 왔다.
무량수전은 우리나라 역사상 2번째로 오래된 목조건물이며 무량수전이라는 현판글씨는 공민왕의 글이란다.
오래된 역사에 목조건물이다보니 여기저기 많이 낡아 보였다. 다른 절과 달리 뭔가 어색하다 싶더니 부처가 서쪽에서 동쪽을 보고 앉아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또한 불국정토의 올바른 정진을 바라는 불교정신의 발로라 한다. 이곳에 모셔진 고려시대의 불상 소조여래좌상 또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신을 벗고 명훈이 미현이와 무량수전 안으로 들어섰다.
무언가를 기원하며 열심히 절을 올리는 사람들.
무량수전을 나와 아이들은 흙마당을 달려도 보고 껑충 뛰어올라도 보며 즐거워한다.
무량수전앞 석등을 지나오니 앞마당 끝에 낡은 누각이 있는데 마당쪽에는 "안양루", 난간 가운데 쪽에 "안양문"이라고 써 있다.
하나의 건물에 누각과 문, 2개의 기능을 부여한 것이란다.
'안양'은 극락을 뜻하므로 '안양문'은 극락세계에 이르는 입구를 뜻한다나~.
안양루 난간에 살짝 걸터 앉았던 명훈이가 스스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붕괴의 위험으로 누각에 오르는 것은 금지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다람쥐 한마리가 나타나 누각 여기저기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가까이서 보는 다람쥐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가르켜 본다.
안양문을 지나 계단을 내려와 우측을 보니 커다란 종이 있다.
연주가 은혜갚은 까치처럼 종 치는 흉내를 내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내려오는 길에 예쁜 단풍나무 한 그루가 있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일행들 모이는 시간에 늦고 말았다.
부랴부랴 달려 버스에 도착했는데 너무 미안한 거다.
그래도 많이 늦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버스는 다시 달려 소수서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준비한 도시락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가위바위보 놀이를 한다.
소수서원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곳.
500여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는 은행을 주렁주렁 매단 채 힘겹게 가지를 들고 있다.
옆에 있던 소나무 또한 수령이 500년이 넘었다는데 역사만큼이나 웅장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서원을 돌아서 나가면 박물관이 보인다.
서원의 역사에 관한 자료를 보존하는 곳이라는데 이곳에 역사책에서 보던 반가사유상이 있었다.
사진&비디오 촬영금지라는 글귀를 무시하고 여기저기서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역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몇몇 전시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건성으로 둘러본 것 같다.
박물관을 나오니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지쳐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1시간여 정도를 걸어다녔으니 무리도 아닐 것이다.
바위에 앉아 잠시 쉬자니 앞쪽으로 예쁜 기와지붕들이 펼쳐져 있다.
선비촌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선비들의 숙박시설 이라고 했던 것 같다.
가족여행등으로 와서 실제 숙박이 가능하다고도 한다.
명훈인 도대체 버스엔 언제갈거냐며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선비촌 입구만 살짝 둘러보고 버스로 돌아오는 길.
커다란 나무마다 단오에나 탈 법한 그네들이 매어져 있다.
명훈이 미현이 연주가 돌아가며 그네를 타 본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하하깔깔 즐거워 보인다.
이제 차로 돌아가야 할 시간.
차에 오르니 모두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나둘 지쳐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자니 예정된 시간에 버스는 출발지로 다시 돌아왔다.
연주언니와의 하루가 즐거웠다며 다음에 또 놀고 싶다는 미현이.
오래된 역사와 목조건물인 탓에 많이 낡아 보여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우리의 문화재.
아끼고 소중히 관리해서 후손들에게까지 오래도록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나도 아이들도 오늘은 일찍 잠이 들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