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귀가 아프다던 명훈이.
미현이의 약을 먹여 재웠는데 밤새 기침을 하며 이마도 따끈거린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소아과에 가기로 했다.
아침을 먹이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어느새 11시가 넘었네.
준비를 마치고 대문을 나서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 아저씨랑 몇마디 주고받다보니 벌써 소아과에 다 왔네.
병원앞은 명절기간 탈이 난 아이들로 그새 북새통이다.
번호표를 뽑고 보니 대기인원이 20명이 넘네.
기다리기 지루할 것 같아 잠시 나가기로 했다.

명절이라 시내도 모두 문을 닫아 볼 것도 갈 곳도 마땅치 않다.
마침 시내 큰 서점이 문을 열었다.
녀석들을 데리고 서점에서 책구경을 했지.
미현인 사고 싶은 것도 많다. 이것저것 사 달라고..
나중에 사쟀더니 '엄마~ 그럼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꼭 사 줘야돼~'한다.
책방을 나와 다시 소아과로 올라갔다.
아직 10명이 남았다.
바깥계단에 앉아 있자니 명훈이가 들락날락하며 번호를 알려준다.
드디어 우리 차례.
명훈이 열을 재니 38도. 귀속도 새 빠알갛단다.
그래서 아파했었구나.
여지없이 엉덩이에 해열제를 한대 맞았지.
엄마도 어제 데인 곳을 선생님께 보였더니 처치를 해 주시고 염증에 먹을 약을 처방해 주신다.
왼쪽 손가락 두개를 하얗게 싸매고 보니 정말 중환자 같네. ㅎㅎ

그냥 들어가긴 아쉽고 해서 큰댁으로 가기로 했다.
빵집에 들러 녀석들이 먹을 빵을 샀지.
버스를 타고 서너정거장을 가니 금세 큰댁에 도착했다.
큰엄마 큰아빤 모임이 있어 외출하시고 할머니와 사촌형만 있었다.
사촌형도 춘천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 가방을 싸고 샤워를 하고 분주하다.
형아가 춘천으로 갔다.
자기가 고른 커다란 포테이토 피자빵 하나로 점심을 한 명훈이.
미현이도 빵탓에 입맛을 잃었는지 밥은 본체만체.
할머니와 나만 간단히 식사를 했다.

아빠가 우리를 데리러 오고 집으로 오는 길.
역시나 터프하고 씩씩한 우리 미현이.
큰 소리로 할머니께 인사를 한다. 씩씩해서 좋네~

하늘이 맑은 걸 보니 오늘은 달님을 볼 수 있겠네.
초저녁 계속 하늘을 쳐다보는데 달님은 왜 안 나타날까?
'명훈아~ 나중에 밤에 엄마가 명훈이 소원 대신 빌어줄께~'
'엄마 오늘이 추석이 아닌데 그래도 소원 빌어져?'
'어제는 달님이 안 나타나서 못 빌은 거니까 빌어질거야~'
'응~'

두녀석다 피곤했는지 자리에 눕자 바로 잠이 들었다.
9시가 넘어 바깥에 나오니 달님이 하이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보름날은 아니지만 명훈이의 순수한 소원을 빌어주기로 했지.

'달님~ 우리 사랑스런 명훈이 이가 예쁘게 자리잡게 해 주세요!'

비뚤어진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 이빨 때문에 속상한 명훈이 맘이 조금이라고 달래졌으면 좋겠다.
내일아침 일어나면 엄마가 대신 소원 빌어줬다고 얘기해야지.
미소를 띄울 녀석의 얼굴에 엄마도 행복해지네.
명훈아~ 사랑해. 미현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