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05.gif어른들은 제사지낼 준비로 바쁜 아침이다.
큰아빠는 제기를 꺼내 닦으시고 익히지 않아도 되는 음식들을 담고 계시다.
큰엄마와 난 부엌에서 산적이며 조기등을 굽고 있었지.
후라이팬 뚜껑이 없어 커다란 양은그릇을 엎어 덮었었는데
아차 실수로 뚜껑을 열다 뜨거운 김에 손가락을 데고 말았다.
정말 뜨겁다 싶었는데 계속 따갑더니 물집이 잡혀 부어오르네. 어쩌지.

미현인 차려지는 음식들을 보며 식욕이 오르나보다.
'엄마. 나 제사 지내거든 이것두 먹구, 저것두 먹구.. 먹구.. 먹구..'
'그래 제사 지내거든 다 먹어~'
아빤 오늘도 늦잠을 주무시나보다.
이런날은 조금 빨리 움직여주면 좋으련만~

아빠가 오시고 제사가 지내졌지.
명훈이와 미현이도 아빠옆에 서서 어른들을 따라 이쁘게 절을 하고 있다.
아빠랑 티격태격 장난을 하면서도 제사분위기가 왜 그리 즐거운거야~ ㅎㅎ
사촌형아가 따른 잔 위에 첨잔을 해서 명훈이도 할아버지께 술잔을 올린다.
이제 다 컸구나.
어느새 큰 아이가 된 듯 해.
제사를 마치자 미현인 봉지하나에 사과, 바나나, 사탕, 쿠키를 담아 들고 다닌다.
집에 가져가서 먹을 거란다.
어른들이 그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으셨지.

아침식사를 마치고 큰엄마, 큰아빠, 사촌형아는 산으로 가셨다.
산에 들리셨다고 큰엄마 친정에 들렸다 오신단다.
오늘 고모님들이 오실 법도 한데 다섯분 고모님들이 전화도 없다.
아마 내일 오시려나~
서울 막내고모님이 다른 고모님들 기다리다 서울로 올라가셨다.

'엄마. 오늘이 추석이야? 오늘 커다란 달님이 떠? 그럼 소원비는 거야?'
비뚤어진 새이빨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명훈이가 확인을 해 본다.
'응. 오늘이 추석이고 보름달이 뜨면 소원 빌자~'
그런데 날이 흐릴꺼래. 구름이 많아 달님이 보이지 않으면 어쩌지.

큰엄마가 돌아오시고 저녁식사를 했다.
녀석들은 오늘 세끼를 탕국으로 맛있게 밥을 먹어준다.
그런데 명훈이가 그렇게 기다리던 보름달님은 보지 못할 것 같아.
저녁식사후 옥상에 올라가기로 했는데 밖에 나와보니 하늘이 어둡다.
하늘가득한 구름이 야속하네.
명훈이 소원빌어야 하는데...

음식보따리 한아름 들고 우리집에 도착했지만 달님이 여전히 구름속에 꼭꼭 숨었다.
명훈인 컨디션이 별로 인 듯 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리 펴 달라더니 자리에 누워버리네.
오른쪽 귀도 아프다고 하고 미열에 간혹 심한 가래기침도 해댄다.
마침 내일 다니는 소아과가 1시까지 진료를 한다니 병원엘 들려봐야 겠다.

명훈아, 잘자렴.
엄마가 기다렸다 달님이 보이면 대신 소원빌어줄께.
(소원 : 비뚤어져 나오는 이빨이 예뻐지게 해 달라는거)
...
그런데 야속한 달님은 새벽이 되어도 얼굴을 안 보여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