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개월 22일째> 맑음

경리과 급여담당자(이제희선생님)이 말일자로 명예퇴직을 하신다.
그동안 고마웠다며 부서모임에 초대를 해 주셨다.
식사를 하는 동안도 명훈인 수시로 전화를 한다.
시간은 늦었지만 두 녀석을 데리고 오기로 했다.

대문소리가 나기에 현관문을 여니 반갑다며 달려와 안기는 내 새끼들!
에구. 이뻐라!
미현인 신발도 벗지 않고 그네를 타겠다네.
얼마전 장난감대여점에서 미끄럼틀과 바꿔다 놓은 것이다.
"미현이 그네 타고 싶었구나!" "응~!"
미현이가 오늘 도통 먹지를 않았단다. 감기가 왔는지..
그런데 오히려 명훈이가 닭죽을 먹겠다네. 밥도 없는데...
재빨리 밥을 하고, 얼려두었던 닭국물도 녹이고.
안먹을 것 같던 미현이도 꽤 여러수저 받아 먹었나보다.

"명훈아,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잘래?"
싫다는 소리도 없이 "좋아!"하며 안방으로 쭐래쭐래.
자리에 눕기가 무섭게 두녀석다 금세 잠이 들기에 거실로 나왔다.
잠시뒤 심하게 기침소리가 들린다.
"미현이가 아무래도 감기가 심한 모양이네~!"하며 방문을 여니, 기침을 하는 건 미현이가 아니라 명훈이었다. 숨쉴새도 없이 계속 기침을 해대더니 이불에다 아까 먹은 닭죽을 모두 토해버린다.
많이 피곤했는지 잠이 깨지도 않은채 기침을 하며 토한것을 다시 되새김질까지.
"명훈아, 먹지 마, 토한거 먹는 거 아니야!"라고 해도 듣지를 못하는지.
계속 기침이 나길래 안되겠다 싶어 번쩍 안고 화장실로 들어서는데 바닥에 또 한바탕.
낮잠도 한번 안 잤다더니 그 와중에도 명훈인 계속 졸리기만한 모양이다.
"명훈이 베게까지 다 젖었네. 엄마가 이불껍데기 벗기는 동안 엄마자리에서 자고 있어!"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명훈인 엄마베개 베고 쿨쿨쿨.
아무래도 과식을 한 모양이구나.
명훈아, 미안하다.
어느선에서 엄마가 그만 먹였어야 하는데.
많이 힘들었니?
엄마가 배 만져 줄테니까 이제 편안하게 잘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