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훈아빠의 조카(제천고모 딸)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시댁에 들러 할머니를 모시고 가기로 했다.
명륜동에 도착하니 할머니가 안 가시겠다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시질 않는다.
요즘 부쩍 특이한 행동을 많이 하시고 짜증도 많이 부리신단다.
애들 큰어머니가 정말 많이 힘드실 듯 싶다.

여름을 재촉하려는지 햇살이 너무 따갑다.
예식장에서 조금 먼 곳에 주차를 하고 할머니를 부축해 내렸는데 잠시 걷던 할머닌 바지가 끌린다며 길가에 멈춰서시더니 허리를 푸시는 거다.
허리끈대신 사용한 것이 넥타이. 애들 큰아버님 것인 모양이다.
지퍼가 다 망가진 지갑을 허리춤에 차시고 옷핀으로 바지까지 꿰신거다.
그래서 올려도 올려도 올라가지 않았던 것.
구부러진 허리와 어쩐지 초라한 모습에 맘이 짠해 온다.
암튼 허리띠 대용 넥타이를 질끈 동여매시고 식장으로 들어섰다.

예식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일단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명훈이와 미현이도 잔치국수 한 그릇씩 받아 맛있게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올라오니 신부가 도착해 있다.
동그랗게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는 귀여운 신부.
나도 저랬을 때가 있었을텐데....

"엄마, 공주님 같아~!"하며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몹시도 부러워하는 우리 딸.
미현인 예쁜 언니를 앞에서 보겠다며 식장 맨 앞줄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예식이 시작되고 축가 순서.
신랑 후배가 가사를 다 못 외웠다며 컨닝페이퍼를 보고 멋진 축가를 부른다.
행복해 보이는 신랑 신부.

주례사가 이어지는 동안 미현이가 묻는다.
"엄마!"
"응?"
"아빠는 결혼할 때 어떤 약속을 했어?"
"글쎄~ 행복하게 열심히 살자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아빠가 그 약속을 지켰어?"
"아니, 아직 다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앞으로 지키나 미현이가 봐 주면 되지 뭐~!"

예식이 끝나고 폭죽과 나팔소리가 요란하게 퇴장을 한다.
아이들은 뛰어나와 폭죽에서 나온 색줄을 줍느라 신이 났다.
가족사진까지 담고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친척들과 인사를 하고 이제 할머니를 모시고 차로 가려는데 현관까지 함께 나왔던 명훈이 녀석이 갑자기 눈 앞에서 사라졌다.
어휴~ 이 녀석은 툭~하면 사라지니 어쩜 좋을지 모르겠다.
함께 있던 명훈아빠는 모른다고 하고, 난 할머니를 부축하다 녀석을 시야에서 놓치고 말았다.
미현이는 내 뒤를 졸졸 쫓아와 그런일이 없건만~~
아빠는 주차된 차로 달려가고 나는 다시 식장이며 피로연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를 못했다.
다시 현관으로 나오니 명훈아빠가 명훈이를 데리고 온다.
벌써 주차장으로 달려가 있었던 것.
"명훈아, 함께 다닐 땐 함께 행동해야 하는 거야. 먼저 가면 간다고 얘기를 했어야지~"

모두들 잠시동안이지만 놀란 맘을 달래고 원주를 향했다.
집에 도착해 명훈인 아빠와 이발을 하고 오기로 했다.
미현인 엄마와 둘이 있게 되어 너무너무 좋다고 히히호호.

7시가 넘자 예쁜 머리를 하고 나타난 명훈이.
"와우~ 우리 명훈이 멋지네~!"란 한 마디에 행복한 미소를 한가득 머금는다.

오늘 둘 다 차 타고 다니느라 피곤했을텐데 일찍 쉬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