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얼마앞으로 다가왔다.
가족들이 벌초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아침을 일찍 먹이고 있자니 애들 큰아버님이 전화를 하신 모양이다.
약간의 물을 챙겨 우리도 출발했다.
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산소 입구까지 왔을 즈음 벌써 벌초기 소리가 윙윙 들린다.
큰아버님이 벌써 작업을 시작하신 거다.
그런데 산을 오르는 입구에 풀이 녀석들 키를 넘는다.
게다가 밭주인이 밭에서 파버린 돌들을 오르는 길목에 버리는 통에 길은 험하기만 하였다.
그런데도 제법 잘 산을 올라주는 녀석들.
저만치 애들 할머님 모습이 보인다.
벌써 작은 할머님도 오셔 계시네.
애들 큰어머님도 갑상선 항진증으로 몸이 많이 아프신데도 오셨다.
항상 한발 늦은 우린 오늘도 죄송하기만 하다.
내년엔 명훈아빠를 좀 더 재촉해 봐야 할까보다.



큰아버님이 깎아 놓으신 풀들을 갈고리로 긁어 모으자 녀석들이 재밌어 보였나보다.
서로 해 보겠다며 갈고리를 뺏어 들고 풀들을 긁어 모아 본다.
수건까지 목에 두르고 영락없는 농부가 된 우리 아들, 딸!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런데 짧은 옷을 입혀 풀에 팔다리가 긁혔는지 따갑다고 난리네.
엄마도 낫질을 했더니 팔다리가 뻐근한 걸.
3시간쯤 작업을 했나보다.
제초기 덕분에 작업이 그래도 빨리 끝났다.

근처 약수터에서 점심으로 자장면을 배달해 먹었는데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었다.
거기다 꿀맛같은 약수물까지...
우리는 다시 귀래리 명훈아빠 사촌누님댁에서 모이기로 했다.
누님댁 연못가에 앉아 직접 키우신 맛있는 복숭아도 먹고 꼬맹이들과 잠자리도 잡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잔뜩 잡은 잠자리들도 모두 다시 자유를 찾게 해 주었다.
미현이 손에 쥐었던 몇마리만 빼고 말이다.
미현인 잠자리들의 날개를 어찌나 비틀어 놓았던지 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