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찍 할머니를 깨운건 명훈이다.
“할머니, 나 배가 고파서 죽겠단 말이야. 빨리 밥 줘~”
일요일이라 조금 늦게 아침을 준비하려던 할머니가 피곤한 몸을 일으키신다.
요즘 우리식구 때문에 때아닌 시집살이(?)를 하고 계신 할머니.
평일에 우리들 출근시키느라 분주하다 모처럼 늑장을 부릴랬더니 명훈이가 가만 안두네.

아침식사를 마치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점심이네.
삼촌이 삼겹살을 사온다며 점심은 삼겹살파티를 하잔다.
마침 어제 우리집에서 가져온 맛난 상추랑 오이랑 고추도 있고 할머니가 수확하신 봄마늘까지 준비완료. 그런데 두녀석은 할아버지를 졸라 통닭을 먹기로 했다나~
통닭이 배달되고 에구구 그새 통닭가격은 또 올랐네. 할아버지 주머니를 털어 6조각이나 맛있게 먹고 ‘정말 맛있는 점심이었다’고 할아버지께 뽀뽀를 해준다.
미현인 다리한짝 조금뜯다 말고는 덩달아 할아버지께 뽀뽀를~ 거기까진 좋았다.
할아버지가 잠시 누워 오수를 즐기시는데 농장문 열어 베개하나 갖다 주는 척 하더니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미현이가 할아버지를 그냥 두질 않네. 옆으로 누우신 할아버지 허리춤에 올라타고 ‘이랴이랴’ 말을 타고 그것도 모자라 머리카락도 없는 할아버지 머리를 헝클어 놓더니 이젠 꼬집기까지. 미현아 너 그러다 정말 할아버지한테 혼나겠다.
그래도 할아버지 오늘 많이 참으시네.
‘미현이 너 이제 할아버지가 통닭도 안 사주고 과자도 안 사준다’라고 해도 장난을 멈추지 않네.
코딱지를 파는가 싶더니 할아버지 목덜미를 열고 쓰윽 집어넣어 버린다. 에구 더러워~
결국 할아버진 ‘에이, 미현이 때문에 낮잠도 못자겠네~’하며 일어나 밖으로 나가신다.
잠시뒤 삼촌과 외숙모가 오고 아빠도 오셨다. 삼겹살 파티를 하고 후식으로 수박까지 맛있게 먹었지. 비는 계속해서 오락가락하며 내리고 멈추기를 계속하네.
명훈인 자기손에 묻는 수박물을 내 바지에 슬쩍 닦아버린다.

엊그제 놀러가기위해 샀던 선그라스 달린 모자.
미현이 손에 무엇인들 오래 갈까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입으로 물어뜯고 해서 벌써 안경이 대롱대롱 찢어져버렸다. 순간 내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그 모자를 가져다 미현이 보는 앞에서 가위로 싹뚝싹뚝 몽땅 잘라버렸다.
할아버지 할머닌 그렇게까진 안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나무라시고.
미현인 울지도 않고 ‘내가 어른되거든 그거랑 똑같은 모자 사면 돼!’하며 여우같이 말을 하네.
그리곤 ‘이제 엄마가 싫다’며 할머니한테 짝 달라붙어 버린다.

명훈이방에 누워있자니 할머니옆에 누운 미현이가 잠이 안온다며 계속 투정을 부리다 할머니가 잠이 들자 베개를 싸들고 내옆으로 온다.
등을 돌린 나를 쿡쿡 찔러보는 녀석. 다시 돌아눕자 헤~하며 웃어보이네.
에고~ 이런걸 데리고 내가 싸우겠다고 했으니 참~
미현아~ 통제가 안되는 너를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