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1일(금) 맑음

이번 설 명절을 지나면서 미현인 아주 지독한 감기에 걸렸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명절 후유증같은거였다.
이번에도 보름정도 고생을 했는데 덕분에 밤에 분유먹기를 끊을 수 있었다.
코가 심하게 막혀 먹지 않게 된 것이 이젠 보리물만 한병 챙겨놓고 잠들면 아침까지 쭈-욱 잠을 자주니 너무너무 대견하다.
잠이 들때도 어찌나 이쁜지 모르겠다.
다같이 드러누워 자는척 하고 있으면 미현인 여기저기 굴러다니다가 자기 몸에 편안한 곳을 찾아 쌔근쌔근거리며 코오 잠이 든다.
그리곤 밤이려니 하고 잘도 자 주니 어찌나 이쁜지...

식구들이 퇴근하여 현관문을 들어서면 한발은 바닥에 다른 한발은 무릎을 땅에 댄 채로 양팔을 벌리고는 데려가라고 우우거린다.
이제 제법 걷기도 잘해서 열 발자욱이 넘게 발을 떼어 놓는다.
넘어져도 벌떡벌떡 잘도 일어나고 온갖 물건 죄다 꺼내놓아 어지럽게 해 놓아도 그래도 이쁜 걸~!

명훈아빤 오늘 1시에 3.1절 기념 건강달리기대회(10Km)에 참가키로 했다.
대회를 마치면 우리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
내일 off를 하게 되어, 3일까지 연휴가 된 셈이다.
엄마에게 휴가도 드릴겸 두아이들을 내가 맡기로 한 것이다.
대회가 끝나고 명훈아빠가 목에 메달을 하나 걸고 들어온다.
보따리보따리를 해 들고 우리집으로 출발!
집에 도착해서 겨우내 쳐 있던 거실과 안방창의 비닐을 거두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봄이 온 듯 포근하게 느껴졌다.

미현인 넓어진 거실에 뭐 저지레할 것 없나 두리번 거리느라 바쁘고, 명훈인 늘 그랬듯이 비디오 보느라 바쁘다.
거실바닥은 금새 정신없이 어질러져있다.
치워도 소용없도 미현인 서랍이며, 비디오며 하다못해 밥통까지 열어놓아 나를 정신없게 만든다.
그러더니 비디오를 보던 명훈이의 눈이 갬실갬실 졸려보인다.
"명훈아! 졸리니?"
"응!"
"잘래?"
"응!"
평상시 같으면 안잔다고 우길텐데 어쩐일인지 오늘은 자겠단다.
7시가 되어 명훈인 나가 떨어지고, 미현인 좀 늦게 10시쯤 재우기로 했다.
먹을 것 다 챙겨 먹고 아직 쌩쌩한 녀석을 재우려니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느라 바쁘기만 한데....
우리가 모르는 척 누워서 꼼짝않고 있으니 10여분쯤 지났을까? 내 다리쪽에 머리를 박고는 쌔근쌔근 잠이 들어버린다.
아구아구 귀여운 녀석! 잘자렴.


2002년 3월 2일(토) 맑음

아침 8시경!
두녀석이 실컷 잤는지 꼼지락거리며 일어난다.
미현인 밤새 아주아주 잘 자 주었다.
울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이제 다 컸나봐~!

아빠는 아직 꿈나라인데 두녀석은 벌써부터 기차놀이에 자동차, 비행기까지 시끌시끌 정신없게 놀아댄다.
미현이가 벽에 붙여 놓은 부직포에서 강아지 모양을 떼어서는 가슴에 대고 토닥토닥 거린다.
무얼하는가 싶어 들여다보니 자장자장 흉내를 내고 있는가 보다.
어머! 벌써 그런 것도 할 줄 아니?
이쁘구나!
무엇을 먹고 있어 내가 달라고 하면 내 입에 넣어 주는척 하다 다시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엄마"보다 "아빠"라는 말을 더 잘 하는 미현이!
아마도 아빠한테 더 귀여움을 받고 싶은 모양이다.

저녁에 잠자기 싫어하는 명훈인 오늘도 눈에는 졸음이 잔뜩 쏟아지는데도 안잔다고 버티고 있다.
그런데 잠시뒤 밖에서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녀석도 그소릴 들었나보다.
"엄마가 고양이 소리냈어요?"
"아니!"하는데 또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
"엄마! 우리 빨리 가서 자자!"라며 손에 베게를 들고는 울먹울먹하며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엉엉 울음보가 터져서는 무서운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러더니 금새 잠이 들었다.


2002년 3월 3일(일) 맑음

두녀석이 TV앞에서 놀고 있다.
명훈인 비디오보느라, 미현인 TV전원 눌러대느라.
미현이가 전원을 눌러 꺼대니 명훈이녀석은 고래고래 울어댄다.
그래서 전원버튼에 종이를 대고 테이프를 붙였다.
그랬더니 미현인 이제 전원누르기는 포기했나보다.
대신 이젠 그 밑에 있는 비디오테이프들에 눈독을 들인다.
명훈이가 화가 나서 미현이 한짝다리를 들고는 질질 끌어당긴다.
미현인 물론 죽겠다고 고래고래.
그래서 서랍이란 서랍까지 죄다 테이프로 꽁꽁 붙여놓았다.
신경질을 내며 뜯어보려는데 잘 안되자 그제서야 포기하고 돌아서는 미현이.
어디로 가려나 했더니만 이번엔 제 오빠가 올라가있는 소파를 올라가겠다고 끙끙거리며 매달려 있다.
저려다 떨어지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손이 미처 잡기도 전에 한바퀴 굴러 쿵!하고 땅바닥에 헤딩을 해 버린다.
억울하다고 고래고래 울어대는 미현이를 안고 한참을 달래며 안아주었다.
미현아! 정말 미안해.

오후4시경 미현이를 외가댁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두아이들과 연휴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