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 12일-설날 (화) 맑음

어제 큰댁에 도착하자마자 명훈인 일을 저질렀다.
부침개를 하려고 개어놓은 메밀반죽그릇을 뒤집어서 반이상을 바닥에 쏟아버린 것이다.
미현이도 울고불고 난린데 명훈이까지 일을 저질러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애들 큰엄마 화도 안내고 그 엉망인 것을 다 치우신다.

오늘아침!
명훈인 큰아버지가 제사준비를 위해 농위에서 제기를 꺼내시자 거기에 참견하느라 바쁘다.
마른행주를 가지고 열심히 제기를 닦으며 하나씩 꺼내 놓으며 하는 말!
"엄마, 저기 까아만 할아버지도 갖고 와야지!"
"까아만 할아버지?"
"응!"
"까아만 할아버지가 뭔데?"
"응, 저기 있잖아, 할머니방 벽에!"
알고보니 할아버지 초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할아버진 사진이 없다.
대신 흑백초상화가 한장 걸려있다.
제사때마다 그것을 내려 상위에 올려 놓던 걸 기억했나 보다.

차례상이 다 준비되었다.
명훈이 눈에 촛대가 들어왔다.
명훈인 촛대를 한사코 할아버지 상에 놓으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큰아버지가 아침에는 촛대 올려놓는게 아니라며 갖다 치웠다.
그랬더니 쪼르르 달려가 또 가지고와선 올려놓고 큰아버진 내려놓고, 명훈인 또 올려놓고 ....
그렇게 4~5번을 반복하다 결국 큰아버지가 포기하셨다.
명훈이 고집대로 촛대가 상에 올려진채로 차례가 지내졌다.

명훈아!
엄만 이번 설에 큰엄마께 너무너무 죄송하지 뭐겠니?
많이 도와 드리지 못해서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