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26일(월) 맑음

"명훈아! 일어나야지?"
"엄마, 우리 어디 가?"
"응, 피검사하러 가는 거야."
"싫어, 명훈인 저기 안가!"
"명훈아! 피검사하고 나쁜 벌레가 다 업어져야 집에 가는 거야. 명훈이 한번만 더 참을 수 있지?"
"싫어! 앙-앙!"

이젠 다 이해하니까 얘기를 해 주어야 할 것 같아 일러주었더니 한편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서도 앙앙 울어댄다.
하긴 어른인 나도 피검사하는 거 싫은데, 하물며 이 어린게 피검사가 좋겠는가?
게다가 꼼짝못하게 시트로 똘똘 말아놓고는 손도 아니고 목에서 뽑아대는데 얼마나 무서울까?

아침 회진시간!
선생님이 차트를 보시면서 "집에 가도 되겠네~!"하신다.
"혈소판이랑 백혈구랑 다 좋아졌어요. 이제 집에 가도 되겠네요."

"명훈아! 우리 집에 가도 된데..."했더니 명훈이가 정말 좋아한다.
"집에 가도 된데?"
"그럼! 우리 가방싸서 집에 가자!"했더니 가방에 자기 베게부터 챙겨넣는다.
저렇게 좋을까?

퇴원수속을 마치고 해열제를 한보따리 싸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보다도 이젠 정말 다시는 그런일이 없어야 할텐데..
명훈인 그저 신이나서 어쩔줄을 모른다.
100개 가까이 되는 공룡퍼즐을 맞추어 놓고는 하품을 쌕쌕...
베개를 들고 안방에 이불펴고 잠을 재웠다.
4시간이 넘도록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다.

저녁은 무얼먹을까 고민하는데 명훈아빠가 돈까스를 포장해서 사가지고 들어온다.
명훈인 "돈까스, 똥까스, 돈까스, 똥까스!"하며 장난말을 해가며 맛나게도 먹는다.

그리곤 신나게 놀다 방귀를 뿡뿡뿡!
명훈인 자기방귀소리에 웃고 있는 나와 제 아빠를 보며 민망한 듯 한마디 한다.
"엄마! 똥까스를 먹었더니 똥빵귀가 나오네~! 히히"
녀석, 농담도 할 줄 알고 이젠 살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