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19일(월)~22일(목) 맑음

어제아침부터 명훈이가 열이 있었다.
38도가 넘는데도 녀석이 잘 놀고 잘 먹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다.
해열제만 먹여놓도 내려가겠지 했던 것이 말이다.
올해만 벌써 열로 인해 두 번이나 경기를 하고, 병원에 입원을 했었는데..

"명훈아! 어디 아프니?"
"아니!"
어디 아프냐고 물으면 안아프단다.
그러니 그저 견딜수 있는 정도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새벽녘이 되자 명훈이 이마가 장난이 아니다.
물수건으로 계속해서 이마랑 몸을 닦아주는데도 열은 식을 줄을 모른다.
그러더니 가끔씩 떨림이 있다.
그때만 병원으로 갔었어도 최악의 상태까진 막을 수 있었을텐데....
이 엄마의 무지함 때문에 명훈이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말았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체온이 39.8도 곧 40도를 넘어선다.
정말 안되겠네... 하는데...
새벽 4시 36분, 명훈이 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난 어쩔줄 몰랐다.
소리쳐 명훈아빠를 부르고 창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들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그러나 아무 소용없었다.
명훈아빤 119에 전화하고, 내게 흥분하지 말라며 안심을 시키려한다.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고 맨발로 뛰쳐나왔다.
밖에 나오니 119구급차가 도착해서 우릴 찾고 있다.
차에 오르자 명훈이가 간간이 울음을 터트리다 다시 정신을 놓고 한다.
병원에 오기까지 방정맞게 눈물만 흐른다.
그시간이 왜 그리 길게만 느껴지는지....
응급조치가 행해지는데도 명훈인 아직 날 못알아 보는 것 같다.
눈앞이 캄캄하기만 했는데, 잠깐잠깐 울기도 하는 걸 보니 괜찮아 지는 듯 싶다.
사진찍고 피검사하고 팔에 수액을 꽂고..
그런데 지난번에도 수액을 잘못꽂아 팔이 잔뜩 부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도 그런 것 같다.
팔둑이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나다를까 간호사를 불러 확인해 달라고 했더니 정말 잘못꽃아 놓은 것이다.
반창고를 얼마나 단단하게 감았는지 팔에 돌아가며 피가 맺혔다.
너무너무 불쌍하기만 하다.
입원수속을 마치고 병실에 올라와 명훈이가 눈을 뜰때까지 얼마나 애가 탔는지...

그렇게 식구들 애간장 다 녹여놓고는 눈을 뜨자 녀석의 첫마디가
"엄마! 집이 왜 이래?" 한다.
그리곤 손에 꽂아놓은 수액줄 빼달라고 "엄마! 나좀 살려주세요!"라며 애원하고...
이젠 살았구나 싶다.
난 그저 명훈이한테 미안한맘 뿐이다.
엄마의 무지함이 부른 명훈이의 고통에 대해...
명훈아 정말정말 미안하구나, 정말정말 미안해!

해열제를 2~3가지를 쓰고 있다는데도 명훈이의 열은 이틀이 지나도록 내릴줄을 모른다.
이틀째 되는날 저녁, 명훈이의 열이 처음으로 37도대로 내려왔다.
그런데 다시 밤이 되자 38도를 넘어서서 내려올줄을 모르고,
작은 떨림이 있다.
경련이 일어나기전에 그랬던 것처럼...
걱정이 되어 간호사를 부르로 간호사들은 응급조치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해열제를 주사하자 잠시 뒤 떨림이 없어졌다. 휴~!

사흘째 되는날 저녁, 명훈이의 열이 다시 37도대로 떨어졌다.
밤에 또 올라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 열이 잡힌 것이다.
밤사이 명훈인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고 열도 다시 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아픈중에도 명훈인 한밤중에 쉬야 누이면 꼬옥 일어서서 쉬야를 한다.
누워서 하라고 해도 "아니, 일어나서..."라며... 기특한지고...

나흘째 아침이다.
명훈인 열이 내린탓인지 밥도 무척이나 잘 먹는다.
그래, 그렇게 먹어야 빨리 집에 갈 수 있어...
아침 회진때, 이제 열이 잡혔으니 해열제를 하나씩 끊고 내일 혈액검사해서 괜찮으면 집에 보내주겠단다.
엊저녁부터 수액꽂은 팔이 아프다며 보채더니, 그 참을성 많은 명훈이 녀석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프단다.
"그래, 간호사 누나한테 빼달라고 할께!"하고는 달려가 얘기했더니,
아이들이 사흘정도 되면 수액꽂은 자리가 아파 빼고 다시 다른손으로 옮겨주어야 한단다.
그래서 명훈이 팔에 있던 바늘을 뽑았다.
내일 혈액검사가 있으니, 결과를 봐가며 다시 꽂든지 아님 퇴원하든지 하잔다.
덕분에 명훈인 오늘 신이 났다.
팔에 줄줄 매달고 다니던 것이 없으니 병이 다 나아버린 것 같다.

내일 검사결과가 나쁘지 않아야 할텐데....
난 휴가를 사흘 했다가 주말까지 다시 연장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