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17일(일) 맑음

명훈이가 아빠차를 탔을 때 아빠가 빨간신호등 앞에 서면 명훈인 "아빠! 왜 운전 안해요?"라고 묻곤 한다.
그러면 아빠는
"응, 빨간불에 가면 사고나! 다치고 아야하거든.
그래서 초록불이 들어오면 가는 거야..."

그런 명훈이 앞에서 내가 신호위반을 했다.
일요일인데 당직이라 일찍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친정에서 잤다.
일찍부터 출근준비로 바쁜 나를 명훈인 졸졸졸 쫓아다니며 "엄마, 가지마!"한다.
"명훈아! 엄마가 회사가야 명훈이 이쁜 옷도, 장난감도 많이많이 사주는 거야.
알았지?
갔다 올게.."
명훈인 할머니 등에 찰싹 달라붙어 "엄마 가는 거 보자~!"며 따라 나선다.
대문을 나서자 등에서 얼른 내려 세발자전거를 탄다.
내가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인가 보다.

빨간 신호등이 들어왔다.
좌우를 살펴보니 차는 다른 차는 한 대도 없고 저만큼 버스가 오고 있다.
지금 건너지 않으면 못 탈것 같아 얼른 뛰어 건너갔다.
그런데 명훈이가 그런 내 행동들을 자세히 보고 있었던 것이다.

저녁에 퇴근하여 여느때처럼 명훈이와 세발자전거를 타고 동네한바퀴를 돌고 있었다.
그런데 명훈이가 저만큼 보이는 신호등에 빨간 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더니 내게 한마디 한다.
"엄마! 무서운데 빨간 불에 건넜어... 왜?"
명훈이의 말에 뜨끔하다. 순간적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망설였다.
"응, 빨간불에 건너면 안되지? 그런데 엄마가 빨간 불에 건넜어.
엄마가 잘못한 거야.
그러니까 엄마가 명훈이한테 혼나야겠지?
명훈이가 엄마 잘못했으니까 맴매해...."
그러자 명훈인 한손을 들어 자기 힘껏 "맴매 맴매!"하며 두 대를 때린다.
"그래, 이제 엄마가 빨간불 아니고 초록불에 건널게... 잘못했어."

어휴! 한 숨이 다 나온다.
아이앞에서 말로는 이래라 하고 행동을 잘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명훈아!
엄마 이제 신호 잘 지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