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개월 05일째> 맑음

"여보세요. 엄마! 여기 탑블레이드 팽이가 생겼는데!"
"어디서 났는데?"
"몰라!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보지 뭐. 석호형아가 놓고 갔나? 영규형아가 놓고 갔나?"
"명훈이도 팽이 사 줄까?"
"아니. 난 이거면 됐어! 엄마, 이제 이거 명훈이꺼지?"
"아니야. 석호랑 영규형아한테 물어보고 형아들꺼가 아니면 그때 명훈이가 가져도 되는 거야!"
"아니야. 이건 하늘에서 떨어져서 명훈이꺼야."
"에고고!"
할머니가 바깥에서 팽이를 하나 주워 오셨단다.
그걸 가지고 저렇게 수다를 떨고 있다.

명훈인 욕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주워온 팽이에 만족해서 "새 것 사줄까?"라고 묻는데도 "이거면 됐어!"하면서 싫다고 한다.
지난번 엄마친구이자 명훈이와 동갑내기 수빈이네 집에 갔을 때도 그랬다.
명훈이가 그렇게 타고 싶어하던 미끄럼틀이 그집 거실에 놓여있었다.
수빈이랑 그 미끄럼틀을 어찌나도 재밌게 타던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명훈아, 명훈이도 저런 미끄럼틀 사 줄까?"
"아니, 난 미끄럼틀 없어도 돼. 친구네 집에 가서 타면 돼!"
몇번을 물어도 그때마다 그렇게 대답을 하곤 했었다.

엊그제도 그랬다.
추석빔으로 가을잠바를 하나 사주려 명훈이와 시장엘 갔다.
새 잠바를 챙겨 입고는 계산도 하기전에 옷가게를 나서려 한다.
"명훈아, 엄마가 바지도 하나 사 줄테니까 예쁜걸로 입어볼래?"
"아니, 난 이거면 됐어. 바지는 안 사도 돼!"
옷가게 누나는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다며 웃는다.
내가 봐도 애인지 어른인지 모르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