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12일(일) 맑음

오늘은 아침일찍부터 명훈이의 일진이 안좋다.
아침에도 대문을 나서다 턱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아랫입술을 깨물어 피가 났었다.
내가 미현이에게 밥을 먹이려는데 명훈아빠가 명훈이를 데리고 나간다.
아마도 미현이 밥먹는데 방해가 될까봐 그랬나보다.

잠시 뒤 눈물범벅이 된 명훈이를 명훈아빠가 거실로 확 밀치며 들어온다.
무슨일인가 했더니 명훈이가 밖에 나가 징징거렸다는게 이유이다.
밖에서 벌써 한바탕하고 들어오는 길인가보다.
너무한다 싶어 얼른달려가 명훈이를 끌어안았다.
명훈인 겁에 질린 듯 보였다.

외할머니가 두 녀석을 보시니 아무래도 '오냐오냐' 하시며 응석을 다 받아주다보니 조금 버릇이 없긴 없는데, 그래도 이런식으로 무작정 매를 드는 것은 아니다 싶다가도 나도 가끔 손이 가는 건....
명훈이를 달래 잠을 재우려 같이 누웠다.
"명훈이, 많이 아팠니?"
"아니!"
잠시 뒤, 잠이 든 녀석의 엉덩이를 열어보니 빨긋빨긋...
정말 많이 아팠겠구나.
녀석, 그래도 안아프다네. 아프다고 해도 괜찮은데...

낮잠을 자고 일어난 명훈인 점심으로 토마토케챂 볶음밥을 해 달란다.
이유는 자기가 볶음밥에 넣을 당근을 썰고 싶어서다.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무딘 과도와 당근조각을 넘겨주었다.
열심히 잘라놓은 당근(물론 엉망으로 썰어 놓았지만)과 햄, 파 등을 넣고 맛있게 볶음밥을 만들었다.
빨리 달라는 녀석의 보챔에 냄비를 들고 돌아서는데 아뿔싸, 녀석이 하필이면 내 뒤에 서 있을게 뭐람.
명훈이가 냄비에 손을 데고 말았다.
뜨거우니 내게 "엄-마!!"하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저녁에 보니 어머나, 녀석의 손등에 물집이 잡혔다.
"명훈아, 어떻게 하니? 정말 많이 뜨거웠겠다."
"엄마, 약 바르고 밴드 붙여줘!"
"그래!"
화상연고 바르고, 밴드를 붙여 주었더니, 저녁내 한손을 들고 다닌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오늘 정말 명훈이의 슬픈날이네.
명훈아, 아빠랑 엄마가 오늘 정말정말 미안했구나.
네가 마음에 상처받지 않았음 좋겠다.
아픈데는 곧 나을꺼야. 그치!
기운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