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명훈이 일기쓰기를 살펴주고 있다.

무심코 녀석의 일기장을 열었다 기절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명훈아, 만약에 엄마가 선생님이었다면, 너무 성의가 없어서 명훈이한테 진짜 서운할 것 같아.

   명훈이 생각엔 어때? 네가 선생님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음~~~,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우리 오늘은 성의있게 좀 써 볼까?"

 

그렇게 해서 엄마는 당분간 명훈이의 일기를 점검해 주기로 했다.

지우개를 들고 녀석의 옆에 섰다가 글씨가 엉망이거나 내용수정이 필요하면 지적해 주기로 말이다.

그 덕분에 요 며칠 일기장을 열때면 명훈이도 나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용도 좋고 글씨도 너무 예뻐서 감동하셨다."는 선생님의 댓글이 달린 것이다.

게다가 일기장엔 최고라는 "도장×3"을 계속 받고 있다.

 

  오늘도 명훈이 일기쓰기를 함께 하고 있자니 미현이가 시샘을 한다.

 "엄마, 이제 나도 일기 쓸 때 엄마가 봐 주세요~~~"

오빠의 일기쓰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미현이가 일기장을 들고 온다.

비뚤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과감하게 지워 놓아도 좋다고 헤헤 거리는 녀석.

예쁘게 써 진 글씨와 내용을 다시 읽으며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어제 쓴 거랑 너무 차이가 나요.

   다음에도 일기 쓸 땐 엄마가 계속 봐 주세요~~ㅎㅎ."

  "그래~ 그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