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월 16일째> 맑음

미현이가 고기가 먹고 싶은 모양이라며 닭한마리 사오라신다.
퇴근길에 요구르트 몇 개랑 떡이랑 백숙하기 좋은 닭한마리를 샀다.
녀석들은 이틀만에 보는 나를 무척이나 반기고 사랑스런 뽀뽀를 연신 해댄다.
신나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자 할머니가 백숙을 맛있게 해서 내 놓으신다.
미현인 닭다리 하나를 담아 내 오자, 좋아서 흥분을 했다.
그러더니 쪽쪽 거리며 쉬지도 않고 닭다리하나를 다 먹어 치웠다. 거짓말처럼…
명훈인 자긴 안먹겠다더니 미현이가 너무 맛있게 먹자 샘이 난 모양이다.
다른쪽 다리 하나를 챙겨서는 먹으려는데 명훈인 잘게 씹어먹는 스타일이라 고기가 잘 넘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소금 자기가 뿌리겠다더니 자기가 소금뿌린 백숙국물에 찰밥 말아 고기는 제쳐두고 닭죽 한그릇만 뚝딱!
그리곤 두 녀석다 힘이 세 졌다며 주먹쥐고 권투하잔다.
주먹이 얼마나 센지 정말 아픈데, 녀석들은 사정없이 엄마에게 힘자랑을 하고…
결국 쓰러지는 나의 시늉과 녀석들의 뽀뽀세례로 오늘의 힘자랑도 끝이 났다.
배가 부른 탓에 두녀석, ‘악어떼’노래 틀어놓고 덩실덩실 춤추기에 바쁘다.

스케치북을 보자 명훈이가 연필한자루 깍아들고 글씨연습을 시작했다.
오늘은 식구들 이름 연습!
스케치북 하나가득 '아빠, 엄마, 친할머니.할아버지, 외할머니, 큰아빠, 큰엄마'의 이름을 써놓고 친할머니한테 전화를 한다.
통화내용이 아마도 큰아빠인듯!
써 놓은 글씨를 하나씩 읽어가며 자랑을 하는데 형이름이 없네 어쩌네 하더니 “형아이름 쓰고 다시 전화할께요!”하며 전화를 끊는다.
“엄마, 그런데 형아 이름은 어떻게 써?”
“응, 이렇게 ‘이정훈’이라고 쓰면 돼!”하고 옆에 써 주었더니 보고는 또박또박 잘도 써댄다.

잠자리에 들기전 이번엔 책들을 잔뜩 들고 나타난다.
“엄마, 오늘은 무슨 애길 들려줄까?”하며 자기가 엄마인냥..
“똑똑… 와! 신발이 많아요. 어떤 신발을 신을까요 물음표. 이 샌들은 너무 높아요 쩜.”하며 ‘물음표’와 ‘마침표’까지 읽어대는 통에 저녁시간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는 오빠 옆에서 미현인 자기도 읽겠다며 책을 거꾸로 들고도 재잘재잘 읽는 척을 한다. 이쁘다고 잘한다고 엉덩이들을 토닥거려주니 더 신나서 짹짹거린다.

“굿 나잇, 맘! 굿 나잇, 미현!”
“그래, 굿 나잇, 명훈!”
“엄마, 그런데 할머니는 뭐라고 그래?”
“응, ‘그랜드 맘’이라고 하면 돼!”
“굿 나잇, 그랜드 맘!”

에구. 귀여운 내 강아지들!
너무 이뻐서 사랑할 수 밖에 없다니까..
잘 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