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10일째> 맑음

할머니가 점심을 준비하셨다.
한수저씩 미현이 입에 떠 넣어 주시는데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곰돌이인형을 가지고 온다.
‘왜 그러나?’ 싶더니, 곰돌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곤 밥한수저 떠다 곰돌이 입에 넣어주고 있다.
곰돌이가 배고프다고 생각한걸까?

점심식사를 마치고는 자기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온다.
그러더니 곰돌이를 데리고 와서 베개에 눕혀놓고 이것저것 장난감을 곰돌이 옆에 가져다 놓는다.

할머닌 여자아이라 노는 것이 오빠랑은 틀린 것 같다고 하신다.
기집애 티가 난다나?

미현이가 농장도 뒤지고 이것저것 모두 꺼내다 늘어놓는 통에 할머닌 할머니의 속옷들을 모아 비닐봉지에 담아 따로 두셨단다. 그런데 그것을 찾아내서 쏟아놓고 하나씩 들고다니는 통에 깜짝 놀라셨단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얼마전 내가 몰래 숨겨놓은 엄마의 기저귀(?)를 녀석들이 찾아내서는 뒷면을 뜯고 스티커인냥 하나씩 들고 신나게 놀고 있더라나….
너무 조용해 쳐다보니 그걸 하나씩 들고 벽에 붙였다 떼었다 가관이더란다.
할머니가 빼앗아 높은 곳으로 치워놓았다지만 다시 생각해도 너무 우스웠다며 껄껄걸 웃으신다.

미현아! 너 엄마 창피하게 그런걸 가지고 놀면 어떻게 하니?
이 개구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