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월 05일째> 눈

"명훈아! 이제 그만하자. 응?"
"이제 조금만 하면 돼. 여기까지만 쓰구~!"
선생님이 주신 네모난 공책에 한자한자 글자를 채워간다.
연필잡는 것이 서툴러 아직 두칸에 하나씩도 쓰고, 쓰는 순서도 엉망이지만...
그만하자고 해도 한페이지 다 채우겠다고 끝까지 공책을 붙잡고 있다.
그러면서도 계속 하겠다는 녀석이 대견한 걸 보면 나도 어쩔수 없는 욕심장이 엄마인가보다.

선생님이 오셨다.
명훈인 연필을 잘 쥐지도 못하는 손으로 쓴 글씨를 선생님께 자랑하고 선생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오빠의 공부에 방해될까 미현이를 업으려니 미현이가 내리겠다고 발버둥을 쳐댄다.
오빠옆에서 어수선하게 굴어 오빠공부를 많이 방해하긴 하지만, 미현이도 공부하고픈 걸 어쩌랴! 오빠처럼 자기도 연필을 달라기에 빨간 색연필이랑 종이 몇장 주었더니 들쑥날쑥 그림그리기에 열중해 있다. 종이는 물론이고 방바닥까지 뻐얼겋게 만들어 놓고, 오빠가 붙이고 남은 스티커껍질을 뜯어 조각조각 붙여도 보고...

선생님께 인사하고도 명훈인 하던걸 마저하겠다며 그만둘 생각을 않는다.
조금 쉬었다 하재도 다 하고 놀거라며 끝까지 붙들고 있다.
기특하긴한데 명훈아!
그러다 금방 질려버리면 어쩌려구.
우리 조금씩 조금씩 하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