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 19일째> 흐리고 비

미현이가 요즘 하는 말!
"또", "자자찌(아저씨)", "짜자짜(찾았다)"
미현인 말이 오빠에 비해 많이 느린편이다.
명훈인 이때쯤 "함머니, 하버지, 어머니~ 인나!, 장모님, 뭐지?, 나둬~ " 같은 말을 잘도 했었는데.
미현이가 느린게 아니라 명훈이가 빠른 것이겠지?
벽에 붙은 벽그림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라면 척척 짚어대는 녀석이, 알기는 다 아는데 말로 표현이 안되는 것이다.
미현아, 엄마가 너무 성급한 거니?
그래, 조금만 더 느긋하게 기다리지 뭐.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귀찮도록 재잘거릴텐데. 그치?

오늘은 명훈이가 할머니랑 자겠다길래 미현이만 데리고 나섰다.
미현인 할머니한테 빠이빠이 인사를 하고 우리집으로 왔다.
전엔 오빠가 없어 울먹거리더니 오늘은 낮잠을 많이 잔 탓인지 기분이 아주아주 좋아보인다.
"미현아, 약 먹자!"
미현인 "이~이이~!"하며 싫다고 도망을 가버린다.
"미현아, 엄마가 약먹고 사탕줄께!"란 소리에 달려오더니
뚝딱 먹어치운다.
밥잘먹고 약잘먹고 이쁘다고 한껏 띄워주었는데,
잠시뒤 꾹꾹 거리더니 저녁 먹인것까지 울컥하고 몽땅 토해 거실바닥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다.
에이, 속상해!
엄마는 속상한데 그래 놓고도 마냥 즐거운 녀석!
"미현아, 이제 그만 자러 가자!"
싫은 내색도 없이 자기 베개들고 젖병들고 방으로 간다.
그리곤 금새 쌔근쌔근.
물약을 한번 더 먹이긴 했지만, 밤에 잘 자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