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11.gif새벽 1시.
막 잠이 들려는 상황이라 비몽사몽으로 전화를 받았다.
다급한 목소리로 명훈아빠가 심장약을 찾는다.
전에도 그랬는데 갑자기 심장박동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고통스럽다며 “협심증”에 먹는 약을 빨리 가지고 단계동 어디로 오란다.
우왕좌왕 하다보니 약을 찾는데 10여분.
긴장을 하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택시는 또 왜 그렇게 느린지.

단계동에 도착하니 가슴을 부여잡고 어찌할바를 몰라하고 있다.
빨리 병원으로 가자고 해도 그 고집통이 말을 안듣고.
이 와중에 남자가 창피하다나 뭐라나.
아파 죽겠는데 창피가 무슨 대수냐고 해도 막무가내.
결국 약만 믿고 1시간여를 기다려봤지만 더 고통스러워 하는 듯 했다.
이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병원엘 가겠단다.

새벽 2시 20분! 우리병원 응급실로 들어왔다.
그렇게 아프다면서도 응급실을 씩씩하게 걸어들어간 명훈아빠.
침대에 누워 심박을 측정하는데 240(정상인이 70~120)이라니!
무슨 주사인지 모르겠지만 주사한대가 놓여지고 수액병이 달렸다.
심전도를 찍고 몇가지 검사를 마쳤다.
주사 덕분인지 오래지 않아 심박이 떨어지며 온몸에 열꽃이 피기 시작한다.
무슨 병이냐고 물었더니 “발작성 빈맥~!”이라고 했던 것 같다.
전에 충주에 있는 병원에서 “안정형 협심증”이랬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자세한건 외래로 내원해 심장내과 선생님과 면담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서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신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이 없다보니 왼쪽 발목이 이상하게 아프다.
내려다 보니, 에구머니나 정말 정신이 없긴 없었나보네.
한짝은 내꺼 한짝은 할머니 신발!
신발을 짝짝이로 신어 높이가 맞질 않아 발목이 아팠던 것이다.

의사선생님은 아침까지 지켜보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제는 다 나았다며 명훈아빠가 빨리 응급실을 나가겠다고 난리다.
새벽 5시경. 심박이 130대로 떨어졌다.
엄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즘 일 때문에 여러 가지로 긴장해 있던 명훈아빠!
아마도 내심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새벽 6시!
의사선생님이 심전도를 한번 더 찍어보고 괜찮으면 내보내 주겠단다.
심전도 결과 이제 안정이 되어 퇴근을 했다.
집에 돌아오니 식구들도 온통 걱정에 밤잠을 설친 모양이다.
그래도 할머니가 와 계셔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애들하고 있다가 그랬으면 애들 둘까지 데리고 어떻게 했을지 정말 당황했을 것 같다.

이른 아침식사를 마치고 명훈아빠와 난 다시 출근을 했다.
오늘 잘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