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28일(일) 무지하게 더움

미현이가 수화기를 귀에 대고 보류버튼을 눌러 놓고는 나오는 음악소리에 맞춰 어깨춤을 추고 있다. "미현아! 노래좀 해 봐!"라고 하자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흔들거리며 "아~아!"하고 노래까지 부른다.
이제 전화만 오면 먼저 달려가 수화기를 들어댄다.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서...
한참 돌아다니던 미현이가 자기 바지를 붙잡고 잡아 뜯고, 배꼽까지 올라온 기저귀 끝부분을 들여다보며 끙끙거린다.
쉬야를 많이했으니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것이다.
잠시뒤, 미현이가 면봉을 하나 주워 들고는 자기 귀에 대고 귀파는 시늉을 하고 있다.
"미현아! 엄마가 해 줄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녀석이 베개를 베고 드러눕는다.
미현인 귀를 파주면 시원한 걸 아는 모양이다.
면봉에 물을 살짝 묻혀 닦아주자 눈까지 지긋이 감고는 아주아주 시원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걸 보니 오늘도 무척이나 더울 모양이다.
"미현아! 미현이 어디가 이쁘니?"라는 내 물음에 미현이가 손가락을 자기 입술에 가져다 댄다.
"미현아! 윙크 좀 해 볼래? 윙크!"
내 주문에 귀찮지도 않은지 양눈을 다 감아버리는 윙크를 수도 없이 해댄다.
이제 말귀를 다 알아듣네.
치~! 그래도 '아빠!'만 줄기차게 외쳐대는 녀석.
미현인 아빠가 많이많이 좋은가 보다.
아빠가 어떻게 하나 볼 요량으로 미현이 베개를 빼앗아 "이거, 아빠꺼!"라고 하자
미현이가 고개를 땅으로 푹 떨구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아니아니, 미현이꺼!"라고 하니 다시 생글생글!
또 "이거, 아빠꺼!"하니 또 삐진척!
그 모습이 재밌어 제 아빠는 자꾸자꾸 미현이를 놀려댄다.

오늘은 두 녀석다 밥이 싫단다.
무얼 먹일까 고민하다 김치전을 조금 했다.
서로 자기꺼에 대한 생각이 있으니 따로따로 담아 앞에 놓아 주었다.
먹으라고 하고 잠시 부엌에 들어간 사이 미현이가 자기꺼 다 먹고 제 오빠 김치전 그릇을 넘보았나 보다. 명훈이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미현이가 자기꺼 건드렸다고 울먹이고 있다.
조금 더 해서 그릇에 담아주자 화가 풀렸다.
제법 많다 싶었는데 눈꿈쩍할 사이 두 녀석이 다 먹어치워 난 군침만 삼켰다.
너무 조금 한건가? 아님 식성들이 너무 좋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