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21일(목) 흐림(황사가 심함)

퇴근하여 현관문을 들어서자 미현이가 외삼촌한테 포옥 안겨있다.
내가 양손을 내밀고 오라고 하니 이 엄마는 아랑곳 않고 외삼촌 품속으로 더 깊이 포옥 안겨버린다.
오늘은 왠일인지 삼촌이 퇴근하여 옷도 갈아 입기도 전 안아달라고 졸졸 쫓아다니더니 저렇게 안겨 내려올줄 모른단다.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이제 만족했는지 방뒤짐을 하러 다닌다.

명훈인 오늘도 스티커책 노래를 불러 한권 사들고 왔더니 3시간도 넘게 그것을 붙여댄다.
외할머니와 난 명훈이한테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무엇이든 끝장을 보려고 하니....

"엄마, 이 볼펜을 만들면 아저씨가 돈을 준대~에!"
"아저씨가 돈을 준대?"
"으~응!"
알고 봤더니 옆집 할머니가 부업으로 볼펜 뚜껑끼우기를 하신단다.
그 할머니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결국엔 볼펜 한자루를 얻어가지고 온 모양이다.

미현이가 자기 옆에 다가와 스티커를 만지려고 하자 발로 마구 밀어내며 짜증을 부린다.
그러더니 "미현아, 오빠가 스티커하고 놀아줄게. 잠깐만 기다려~어!"
미현이도 그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제 오빠일 참견않고 책장에 책들을 죄다 꺼내 바닥에 내동댕이를 치고는 방바닥에 굴러 다니는 볼펜을 들고 왼손으로 종이에 끄적끄적하고 있다.
볼펜으로 그리는 건 또 어떻게 알았을꼬!
아직 힘이 약한지 그림은 하나도 그려지지 않지만, 자기딴에는 제 오빠처럼 그림그리는 척을 하는 모양이다. 다 컸군! 괜실히 흐뭇해진다.

갈 준비를 하라는 명훈아빠의 전화에 명훈이와 내가 주섬주섬 옷을 입자 미현이가 한손으로 우유병들고 한손으론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대느라 바쁘다.
작별인사를 가르치려 이틀정도 "빠이빠이"를 가르쳤더니 이제 오빠와 내가 가려는 분위기를 알아차리고는 인사까지 먼저 하고 있다.
에구에구 기특한지고.
명훈아, 미현아! 그새 참 많이도 자랐구나.
건강하게 자라려무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