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는 미현육아일기
10/2일은 미현이의 사촌언니(주희)의 생일이라 작은 케이크를 준비했습니다.
처음 그 모습처럼 청순하고 예쁜 주희. 미현인 자기도 언니처럼 피부가 하얗고 싶다고 합니다.
가능한 일이었다면 그렇게 낳아 주었을텐데 인력으로 불가능한 것을...
신종플루로 전국이 떠들썩한데 이럴땐 큰댁이 가까운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습니다.
명훈인 엄마를 도와주기 싫은 모양입니다.
예전엔 송편을 다 빚을 때까지 도와주더니 올핸 몇 개 하지도 않고 도망을 가네요.
그래도 미현이가 동그랑 땡 만드는 것을 많이 도와 주었습니다.
한동안 오래도록 앉아 열심히 만들어 보입니다.
추석날은 일찍부터 한복을 입겠다고 설칩니다. 한복은 사촌 혜린언니로 부터 물려 받았지요.
미현이 사촌은 대부분 언니들입니다. 그래서 예쁜 옷도 많이 물려 받았어요.
쑥쑥 커서 입어 보지도 못했는데 여기저기 작아진 옷들도 있지요.
작아진 옷은 주위의 또 다른 동생들에게 물려주기도 했어요.
함께 해서 즐거운 추석이지만 걱정도 있습니다.
미현이 할머니의 치매가 점점 심해지신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양말때문에 또 언성이 높아지셨어요.
"할머니, 머리에서 냄새나요."
차례도 지내야하니 할머닌 꽃단장 하시러 화장실로 가셨답니다.
예쁘게 머리감고 깨끗한 모습을 하고 나오셨어요.
"와~ 할머니 정말 예뻐요."
우리의 예쁘단 말에 할머닌 "나도 매일 머리 감는다구.
그런데 왜 양말 안 빨아신는다고 자꾸 그러는거야? 자, 봐! 빨아 신는다구. 봐! 봐!"
머리를 감고 양말까지 빨아 들고 나오시다 갑자기 화를 내십니다.
아마도 양말때문에 언잖으신 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삿상에 올릴 밤을 까고 계시던 큰 아버님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아이들도 나도 어리둥절 했지요.
"엄마, 할머니 왜 저러시는 거예요?"
"응~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기억력은 자꾸 떨어지고 작은 일에도 소리를 지르시는 거래."
"그래서 나한데 물어본 걸 또 물어보고 물어보고 그러신거야?"
소리를 한껏 지르시곤 밖으로 휙~ 나가 버리시는 할머니.
그래도 스스로 몸이라도 움직이시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큰 어머니와 함께 준비와 맛있는 음식들을 올리고 차례를 지냈습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 조상을 한 번쯤 생각하고 가족과도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엄마는 당직이라 아침밥만 먹고 출근을 해야 했어요.
매번 큰 일을 치르시느라 힘드신 아이들 큰 어머니께는 항상 죄송하고 감사한 맘 뿐입니다.
미현인 수시로 전화를 해서 엄마를 졸라댑니다.
"엄마, 아빠한테 빨리 장양리(외가댁) 가라고 해요. 빨리요."
외가댁에 미현이가 좋아하는 외사촌 언니(수진)이가 와 있다고 합니다.
빨리 놀고 싶은데 산소에 다녀온 아빠는 쿨쿨 주무시느라 움직일 생각을 않는답니다.
"미현이가 언니를 빨리 보고 싶구나!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렴. 어차피 외가댁에서도 하루밤 자고 올거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