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을 여러번 바꾸다보니 지난 8일 사이에 4번의 당직스케쥴이 잡혔다.
명훈이가 아파서 병원도 가야 하고 녀석들 저녁도 챙겨야 하는 더 바쁜 저녁이 되었다.
사무실을 지켜주는 직원이 있어 잠시 짬을 냈다.
집밖에서 기다리라 전화를 하고 달려가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래되어 낡은 구두굽이 부러져 버렸다.
어쩔수 없이 집까지 올라가 구두를 바꿔신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직도 콜록거리며 미열이 있는 명훈이.
미현인 어젯밤 잠들기 힘들어 하는 듯 하더니 그래도 호흡이 나아졌다.
약을 타서 한포를 먹이고 장원김밥도시락 하나를 샀다.
낮동안 엄마가 사다 두었던 절편과 바나나를 먹어 배가 고프지 않다며 안 먹겠다는 걸 반씩 꼭 먹으라고 했지.
시간이 없어 집까지 바래다 주지 못하고 횡단보도만 건네주었다.
명훈인 약봉지를 미현인 도시락 봉지를 하나씩 들고 사이좋게 손을 잡고 집을 향해 걷는 뒷모습을 보자니 뿌듯한 맘, 서글픈 맘, 미안한 맘이 교차한다.

8시가 넘자 미현이가 전화를 하지 않는다.
퇴근길 명훈이 전화로 잠이 들었다는 걸 알았다.
현관문을 들어서니 명훈이도 이내 잠이 들었다.
깨끗하게 씻고 예쁘게 잠옷까지 입고 자는 모습을 보니 너무너무 이쁘다.
엄마가 없는 저녁인데도 각자 숙제 다 해 놓고 가방까지 예쁘게 챙겨 놓았다.
이제 다 키웠단 생각도 들고 너무 기특하다.
명훈아, 미현아, 착하고 바르게 자라주어 너무나도 고맙구나.
엄마가 우리 강아지들 너무나 많이많이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