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는 토요일.
한자급수시험이 있는 날이다.
시험은 3시. 학교가 끝난다해도 12시가 조금 넘을 때라 시간이 애매하다.
그동안 남는 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찮다.
그렇다고 외가댁에 들어가면 바로 다시 나와야 할 시간이구~
당직하시는 분께 양해를 구해 아이들과 사무실에서 두어시간을 있기로 했다.
다행이 연주도 와 있어 녀석들이 좋아하는 탕수육과 자장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배가 부르도록 실컷 먹고는 어쩔줄 몰라하는 녀석들.
어느덧 시간이 되어가고 인사를 하고 영서대로 출발했다.
고사장을 찾아 자리를 확인하고 복도에서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웠다.
시간이 되자 안내요원이 학부모를 모두 건물밖으로 내 보낸다.
낯설은 환경이 익숙지 않은 미현이.
문이 열렸을 때 내가 없으면 몹시 불안해 할텐데....
20여분이 지났을 즈음 명훈이를 고사장으로 올려보냈다.
"엄마, 위에 엄마들이 많아!"
4층까지 올라갔다 온 명훈이가 올라와도 된다며 손짓을 한다.
벌써 시험을 다 치르고 나오는 아이들이 제법 많은데 미현이 고사실은 조용하다.
30분이 지날무렵 하나둘 고사실을 나오는 아이들.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미현이가 나를 확인하고 미소를 짓는다.
"미현아, 천천히 해~!"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
아이들이 거의 다 나오고 미현이와 몇몇 아이만 남아 있다.
불안할 것도 같은데 끝까지 차분하게 앉아 마무리를 하고 있는 미현이.
드디어 필기도구와 수험표를 챙겨 나온다.
"미현아, 잘 했어?"
"응, 쉬웠어."
쉬웠다니 실전에 강한 우리 딸이다.
'한자어 뜻쓰기도 쉬웠고, 획순도 어떤게 나왔고~' 하며 주절주절.
건물을 나오니 학습지 홍보를 나온 사람들이 선물로 풍선을 나눠준다.
약한 바람이 부는 잔디밭에서 현수막을 네트삼아 풍선으로 배구를 하는 아이들.
바람은 미현이의 풍선에 힘을 실어 자꾸자꾸 명훈이 쪽으로 넘겨 버리자,
채 받아 넘기지 못하고 계속 실점을 하며 하하깔깔 배꼽을 잡는다.
그렇게 한동안 놀고 있는데 아빠가 데려다 주겠다며 전화를 하셨다.
녀석들은 더 놀고 싶다는데... 금세 나타난 아빠.
그냥 갈텐데 왔다며 투덜투덜거리는 미현이.
"그래도 엄만 타고 가는게 좋단다. 너희들 책가방 진짜진짜 무겁거든~~~
 에구구 엄마는 이제 살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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