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댁으로 거처를 옮긴 후, 내가 퇴근을 하자면 3~40분은 족히 걸린다.
회사 근처에 살땐 점심때 집에 들러 녀석들의 간식을 만들어놓기도 했었는데 외가댁은 너무 멀어 그럴수도 없고...
그렇다보니 녀석들의 저녁식사시간도 당연히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일.
외할머니가 집에 계시면 챙겨주실텐데 외할머니도 일을 다니시니 그것도 어려운 일이다.
오늘따라 퇴근하며 몇 가지 볼 일이 있어 병원과 마트를 들르고 나니 평소보다 1시간쯤 늦어진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녀석들이 마중을 나와 나를 반갑게 맞는다.
나를 보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우는 미현이.

   "엄마, 배 고파 죽겠어~ 엉엉엉"
   "어머나, 우리 미현이가 배가 많이 고팠었구나. 얼른 들어가서 밥 먹자~"
   "그런데 할아버지는 밥 먹었어~~~~ 엉엉엉"

  아마도 외할아버지께서 혼자 저녁식사를 하신 모양이다.
녀석들, 배가 고프면 할아버지께 달라고 할 것이지, 말도 못하고 서러운 생각만 들었나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우는 미현이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상을 차릴 겨를도 없이 참치캔 하나에 밥 한공기를 꺼내 놓자 반찬을 꺼내 놓을 새도 없이 어느새 뚝딱~
정말 배가 고프긴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신나게 뛰어 놀았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너무 급하게 먹어 체하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된다.

  "명훈아, 미현아, 다음부턴 배 고프면 알아서 찾아 먹을 줄도 알아야지.
   서럽게 눈물바람하고 있지 않았음 좋겠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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